순례자의 길 (1)

앞으로 두 달여 존 번연의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존 번연(1628-1688)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간단한 초등교육만 마치고  16세에 군대에 갔다 온 후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땜장이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존 번연은 대장간의 쇠로 바이올린을, 의자 다리를 깎아서 플룻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존 번연은 두 번 결혼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 역시 가난해서 단지 책 두 권을 갖고 시집왔는데 번연이 그 책을 읽고 기독교인으로 회심합니다. 26세가 되었을 때  고향 근처 베드퍼드에서 목회하던 침례교 목사 존 기포드(John Gifford)를 찾아가서 상담한 후에 평신도 설교가가 됩니다. 당시는 영국 국교회 외에 다른 교회를  허락하지 않았기에  존 번연은 두 번 감옥에 갇혔습니다. 천로역정은 감옥에서 쓴 작품입니다. 번연은 평생 목사와 작가로 살았습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1695년에 출판되면서 영국은 물론 각 나라 말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애독하는 기독교 고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말 <천로역정>은 구한말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붙인 제목으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의 지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1895년에 게일에 의해서 한글로 번역된 <텬로력뎡>은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영어 소설이 되었고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등장인물은 물론 장소까지 우의적(allegorical) 기법을 사용합니다. 주인공 크리스천과 여러 등장 인물의 이름과 그들의 속성이 조화를 이룹니다. 훗날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문학에도 영향을 끼쳐서 유명한 작가들이 천로역정의 우의적 기법, 순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C. S 루이스는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여정을 회고하는 작품(The pilgrim’s regress)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천로역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해설자의 꿈으로 시작됩니다. 해설자가 세상의 황폐한 광야를 돌아다니다가 굴에 들어가서 깜빡 꿈을 꾸었는데 크리스천이라는 주인공이 하나님이 계신 천국을 향해서 가는 여정을 꿈속에서 보았고 그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천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읽고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곧 망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즐기지만, 크리스찬은 더 이상 장차 망할 세상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 전도자가 찾아와서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서 좁은 문으로 가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천로역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행 16:30-31)가 천로역정의 큰 주제요 화두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