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 (4)

등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을 십자가 아래 내려놓은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순례길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두루마리를 쉼터에 두고 온 것을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길입니다.

 

맞은 편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겁쟁이(Timorous)와 불신(Mistrust)을 만납니다. 잔뜩 겁에 질려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뛰어오는 이유를 물으니 구원의 길을 가면 갈수록 어려운 일이 닥쳤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사자 두 마리가 길 가운데 누워있는데 무서워서 지나갈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다시 장차 망할 성, 세상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겁쟁이와 불신의 말을 들으니 크리스천에게도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품속에 있는 두루마리를 찾으니 두루마리가 없습니다. 이제서 두루마리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당황한 크리스천이 어쩔 줄 모르다가 깊은 잠에 빠졌던 쉼터로 다시 향합니다. 왔던 길을 살피면서 쉼터에 도착하니 잠을 자던 의자 밑에 두루마리가 떨어져 있습니다. 비록 순례길은 지체가 되었지만, 두루마리를 찾았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날이 어두웠습니다. 겁쟁이와 불신이 말했던 사자가 있는 지점도 가까워져 옵니다. 사자에게 몸이 찢겨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그때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길옆에 궁전같이 웅장한 집이 보입니다. 그곳에서 하룻밤 묶고 갈 생각으로 다가가니 문지기가 그를 맞아주면서 사자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알려줍니다. 사자들은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겁쟁이와 불신은 사자가 묶여 있는 것을 몰라서 돌아간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가뿐하게 묶인 사자 옆을 지나서 아름다운 궁전에 도착했습니다.

 

신중(Discretion), 분별(Prudence), 경건(Piety), 자애(Charity)라는 여성들이 크리스천을 반겨줍니다. 크리스천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지나왔고 누구를 만났으며 무엇을 경험했는지 묻습니다. 밤이 늦도록 그 집의 여성들과 크리스천이 대화를 나누고, 잠잘 시간이 되었는데 평화(Peace)라는 방을 숙소로 제공해 줍니다. 언덕길에 있던 쉼터와 비교할 수 없게 편안한 곳입니다. 알고 보니 그 집의 주인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를 뜻합니다.

 

아침이 되니 길을 떠나는 크리스천에게 전신 갑주를 입혀줍니다. 이어서 겸손의 골짜기가 나오는데 맨 밑으로 내려가니 아폴리온(Apollyon)이라는 추하게 생긴 괴물이 크리스천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크리스천은 아폴리온과의 격렬한 전투로 온몸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결국 승리합니다. 지옥의 사자 아폴리온을 물리쳤으니 크리스천이 가는 길을 가로막을 악한 세력은 더 이상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일에 우리를 사랑하시는 이로 말미암아 우리가 넉넉히 이기느니라”(롬8:37). 할렐루야!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