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 (6)

존 번연의 <천로역정 Pilgrim’s Progress>을 갖고 올해 표어인 <푯대를 향하여>에 관한 말씀을 나누는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믿음(Faithful)이라는 신앙의 동지를 만난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천은 한결 힘차게 순례길을 걷습니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것 같지만 결국 지식에 그친 수다쟁이와의 대화는 신앙의 길이 요란한 빈 수레가 될 수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허영의 도시(Vanity Fair)”였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사고파는 시장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구체적으로 표출된 곳입니다. 허영의 도시를 주관하는 세 사람은 귀신의 왕들인 바알세불, 아폴리온, 그리고 군대(Legion)입니다. 화려해 보이지만, 크리스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 가셔서 마귀에게 세 가지 시험을 받으셨습니다. 돌이 떡이 되게 하는 욕망과 물질에 관한 시험, 성전에서 뛰어내리면 천사가 구해 줄 것이라는 하나님 아들로서 명예에 관한 시험, 마귀에게 절하면 천하만국을 주겠다는 권력에 대한 시험을 말씀으로 이기셨습니다. 이처럼 허영의 도시는 예수님께서 받으신 시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물질, 명예, 권력이 판치는 곳입니다.

 

크리스천과 믿음은 허영의 도시에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유혹에 말씀과 신앙으로 담대하게 대처하다가 감옥에 갇혀서 재판까지 받게 됩니다. 재판 과정에서 믿음이 순교합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죽인 예루살렘 사람들처럼 허영의 도시 사람들이 믿음을 죽인 것입니다. 크리스천은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허영의 도시에서 믿음과 크리스천이 꿋꿋하게 버텼습니다. 자신이 믿는 신앙을 사람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을 본 어떤 한 사람이 감동을 받고 신앙의 순례길을 따라나서기로 결심했는데, 그의 이름이 소망(Hopeful)입니다. 믿음에게 소망이라는 새로운 길동무가 생긴 것입니다.

 

믿음과 소망이 사심(By-ends)을 만납니다. 세상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사심의 친구들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통해서 자기들의 욕심을 채웠습니다. 하나님만 믿는 것은 어리석고 세상의 즐거움도 적당히 맛보면서 신앙의 길을 갈 것을 유혹합니다. 믿음과 소망은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길을 가다 보니 은광(Silver-mine)도 만납니다. 은광에 가는 길목에서 예수님을 잘 믿다가 세상으로 나간 데마가 크리스천을 유혹합니다. 힘들지 않게 돈을 벌 수 있는 은광이 가까운 곳에 있으니 잠시 와서 재물이 주는 기쁨을 누리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만났던 사심과 그의 친구들은 데마의 말을 듣고 은광으로 향합니다. 그곳이 멸망의 길인 줄도 모르고 잠시 잠깐의 욕망에 사로잡힌 것입니다.

 

크리스천과 소망은 허영의 도시와 은광을 뒤로하고 다시 순례길을 떠납니다.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요일2:16)을 뿌리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크리스천은 세상의 유혹을 근사하게 극복했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