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사순절

올해도 어김없이 사순절(Lent)을 맞이합니다. 지난 3년여 사순절 가운데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가장 많이 되찾은 사순절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는 역사의 추를 되돌려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팬데믹을 맞으면서 뉴-노멀이라는 말을 사용했다면, 팬데믹 이후는 치솟는 물가를 비롯해서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요즘 세상은 인공지능(AI)에 매료된 듯합니다. 무슨 질문을 하든지 척척박사처럼 답해주고 심지어 아이들 숙제와 대학 논문까지 불과 몇 분 내에 써서 보여주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인공 지능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오면서 인류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살 것 같습니다. 기대 반 우려 반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2천 년 전 초대교회부터 지켜왔던 사순절을 맞이합니다. 복음의 은혜와 능력은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에도 일정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변해도 하나님의 일하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성령의 함께 하심을 인정하고 믿기에 변치 않는 마음으로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의 기간을 가리킵니다. 사순절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에 동참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절을 앞두고 금식하면서 절제와 경건 훈련에 힘썼습니다. 이웃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사순절은 세례를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일설에 의하면 처음에는 1년 365일의 십분의 일인 36일간의 금식을 행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7세기 말 또는 8세기 초에 와서 재의 수요일부터 4일을 더하여 40일을 사순절로 지키게 되었답니다. 40일이라는 날 수는,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기 전 40일간 금식하신 것(마4:2, 눅4:2), 시내 산에서 모세가 40일간 금식한 것(출24:18, 신9:9), 엘리야가 하나님의 산에 가기 전 40일간 금식(왕상19:8)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봅니다. 40일이란 기간이 성경에서 왔음을 뜻합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고난에 참여하는 기간이지만, 더 나아가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는 절기입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금욕하면서 우울하게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사순절의 끝에는 죽음을 이기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순절 기간에 금식이 행하여졌다는 것은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면서 하나님을 더 많이 생각했다는 뜻입니다. 꼭 금식하지 않더라도 하나님을 가까이하고 신앙의 성장을 도모하는 사순절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순절 기간에 구제와 선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도 기억합시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기도와 말씀에 더욱 힘쓰기 원합니다. 교회와 가정, 공동체 속에서 또한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진실하게 예배합시다. 우리를 향하신 예수님의 은혜를 깊이 묵상하고, 받은 은혜를 이웃과 나눕시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