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좋은 아침입니다.

 

1.
저는 한국에서 IMF가 한창이던
1998년에 미국에 왔습니다.
환율이 올라서 7년간 열심히 저축했던
제 통장 잔고가 뚝 떨어졌습니다.

 

미국에 와서 10년이 지났을 때
2008년 금융위기도 경험했습니다.
은행에 저당 잡힌 주택들이 경매로 팔렸습니다.
무차별 해고가 곳곳에서 일어났습니다. 미국 자체가 흔들렸습니다.

 

또 10여 년이 지난 2020년,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발생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교회까지 문을 닫게 했습니다.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데
물가(inflation)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팬데믹 동안 4조달러에 육박한 돈을 풀었는데
그것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느끼듯이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과열된 경제를 식히려는 과정에서 정부가 돈줄을 쥐니
지난해 말부터는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시작되었습니다.

 

석 달도 지나지 않은 2023년 한 해 동안
테크 회사들의 해고 숫자가
작년 한 해 동안 해고한 16만여 명에 육박하는 14만여 명이랍니다.
다른 분야의 해고까지 합치면 새해에만 수십만 명이 해고를 경험했습니다.

 

2.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어느 날 갑자기 출근하지 않습니다.
출근하자마자 해고 통지를 받고 경비원이 감시하는 가운데
짐을 싸서 회사를 나와야 합니다. 그 심정이 어떨까요!

 

혹자는 해고되자마자 새로운 직장으로 취업이 되어서,
해고 수당을 고스란히 챙깁니다.
해고를 기회로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곁에서도 부러워합니다.
힘든 분들을 생각해서 조용히 계시면 좋으련만…

 

많은 경우는 해고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뿌립니다. 그 시간이 길어지면 더 힘이 들지요.
아무리 해고가 일상인 미국이라도
“레이 오프(lay-off)”라는 단어는 소화시키기 버겁습니다.

 

3.
우리 교회는 가족 같고 작아서
함께 웃고 함께 울어줄 수 있지만,
교회들이 소위 출세한 사람들, 승자의 편에 서곤 합니다.

 

적자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을
하나님께서 특별히 구별하시고 사랑하신 결과라고 간증하고
교회는 이들의 업적을 찬양합니다.
나만 살면 되고, 하나님이 나만 사랑하시길 기대하는
이기적 신앙도 톡톡히 한몫합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소위 잘나가지 못하면
교회에서도 기가 죽기 십상입니다. 교회에서 설 곳을 잃을 가능성이 큽니다.
매우 잘못된 교회의 모습이겠지요?

 

성숙한 신앙이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세상과 다른 것, 불편한 것을 기쁨과 감사로 수용하는 것,
잘되었을 때 더욱 겸손하고, 힘들 때 기죽지 않고 신앙으로 견디고
외롭고 힘든 지체들을 찾아가서 손을 꼭 잡아주며 그들의 편이 되어 주는 것,
진리와 생명 가운데 거하고 그것을 자랑하는 것….

 

교회는 어렵고 약하고 외로운 분들 편에 서야 합니다.
우리 각자가 교회요 그리스도께서 계신 성전이라면
앞장서서 어려운 분들을 챙겨야 합니다.
우리 모두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자라 가기 원합니다.

 

p.s 지난 20여 년 크고 작은 세상의 어려움을 지나오면서
“그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이 구태의연한 클리세이(cliché)가 아님을,
위기 속에서 일하시고 위기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하나님이 계심을 봤습니다.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빌2:5)

 

하나님,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웃들과 함께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3. 3. 23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