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가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야곱은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길을 떠나서 외삼촌이 있는 하란에 도착했습니다. 개역 성경은 야곱이 동방 사람의 땅에 도착한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히브리어 본문은 하나님을 만난 야곱이 일어서서 길을 떠나는 행동을 강조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을 직역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야곱이 그의 발로 서서, 동쪽에 사는 사람의 땅을 향해서 길을 떠났다.”
하나님께서 야곱과 함께 하시고 반드시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하실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을 받았으니, 야곱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습니다. 야곱이 외삼촌이 사는 하란에 무사히 도착한 것을 보면 하나님께서도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야곱도 벧엘을 기준으로 그 이전과 이후의 신앙과 삶이 상당히 달라졌을 것입니다. 하나님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그렇게 중요합니다.
하란에 도착하니 들에 우물이 있고 그 곁에 양무리 세 떼가 누워있습니다. 목자들이 양들에게 물을 먹이는 우물입니다. 큰 돌로 덮여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전, 할아버지 아브라함도 아버지 이삭의 부인을 얻어 오라고 아끼는 종 엘리에셀을 하란에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은 엘리에셀에게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여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줍니다. 아브라함은 낙타 열 마리도 선물로 보냈습니다. 하란에 도착한 엘리에셀도 우물가로 가는데, 하나님께서 장차 이삭의 아내요 야곱의 어머니가 될 리브가를 만나게 해 주십니다. 그래서 리브가가 유모와 함께 가나안 땅으로 왔고 이삭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야곱에게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단지 야곱은 빈손일 뿐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한 채 우물가에서 하란의 목자들을 만났습니다. 야곱이 물으니, 하란에서 왔답니다. 야곱이 외삼촌 라반을 아느냐고 물으니 그의 딸 라헬이 양을 끌고 온다고 대답합니다. 비록 하나님의 구체적인 음성을 듣지 못했지만, 야곱은 하나님께서 구체적으로 돕고 계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드디어 라헬이 양 떼를 몰고 옵니다. 어디서 힘이 났는지 야곱이 우물을 덮고 있던 큰 돌을 단번에 옮기고 양에게 물을 줍니다. 얼마나 반가웠으면 그렇게 했을까요? 또한 살아남기 위한 처세였을 수도 있습니다. 라헬에게 입을 맞추고 소리내서 웁니다. 400마일이 넘는 길을 왔습니다. 외삼촌 라반을 만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의 딸 라헬을 만났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동안의 힘듦과 안도의 울음이었을 것입니다.
라헬이 달려가서 이삭과 리브가의 아들 야곱이 왔다고 아버지 라반에게 알립니다. 라반도 달려 나와서 야곱을 맞이하고 집으로 데리고 갑니다. 야곱이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라반에게 말합니다. 야곱이 갖고 온 선물은 없지만 반가운 손님이 찾아 왔습니다. 라반이 “너는 참으로 내 혈육이로다”라고 말하면서 야곱을 받아줍니다. 야곱에게 거할 곳이 생겼습니다. 살 길이 열렸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