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을 머리에
성경에서 가장 어려운 말씀을 만났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에는 이로, 눈에는 눈으로 보복하고 갚아줄 때 쾌감을 느끼고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잘못한 사람은 벌을 받아야 속이 시원합니다. 그것이 인간 세상의 공정이고 정의요 상식입니다. 우리도 이런 가치관에 물 들어있고, 어쩌면 이것이 우리 안에 깃든 본성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말씀(롬12:14,17-21)은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관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니 쉽지 않습니다.
오늘 말씀의 근원은 구약성경 잠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네 원수가 배고파 하거든 음식을 먹이고 목말라 하거든 물을 마시게 하라. 그리하는 것은 핀 숯을 그의 머리에 놓는 것과 일반이요 여호와께서 네게 갚아 주시리라”(잠25:21-22). 세상 속에서 하나님 백성이 어떻게 처세하고 행동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구약의 율법은 당한 것만큼 갚아주는 동해복수법(同害報復法)입니다. 하지만 구약성경에도 다양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잠언은 물론 레위기에도 원수를 갚지 말고 사랑하라는 말씀이 나옵니다(레19:20). 그래도 구약 율법에 흐르는 전반적인 정신은 동해복수(同害報復)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으라는 구약의 말씀을 언급하신 후에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새로운 율법을 선포하셨습니다(마5:38-48):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5:44).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소아시아의 흩어진 나그네에게 보낸 사도 베드로의 편지에도 비슷한 말씀이 있습니다:“악을 악으로, 욕을 욕으로 갚지 말고 도리어 복을 빌라. 이를 위하여 너희가 부르심을 받았으니 이는 복을 이어받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3:9). 당한 대로 갚아주고 복수하라는 구약의 율법을 뛰어넘는 높은 차원의 도덕이자 행동 강령입니다.
오늘 본문에서 사도 바울은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라. 축복하고 저주하지 말라”(14절)고 교훈 합니다. 쉽지 않지만, 그 일을 하라는 부탁입니다. 바울의 권고를 실천하는데 강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에서 배운 거짓 없는 진실한 사랑(9절)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과 선을 도모하라”(17절)와 “악에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21절)는 말씀은 서로 짝입니다. 그리고 중간에(16-20절) 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화목하길 부탁합니다. 원수를 직접 갚지 말고 하나님께 맡겨야 합니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는 것이 원수의 머리에 숯불을 쌓아 두는 것입니다. 선으로 악을 이기는 길입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생각이고 행동이기에 오늘 본문이 한없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사랑이 꼭 필요합니다. 기도가 필요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