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감사

1.

감사절(Thanksgiving Day) 아침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수감사절이라고 부르는데

농경 사회의 영향입니다.

 

물론 한 해를 마감하는 면에서

“추수”라는 말을 쓸 수 있지만,

영어에서 유래된 명절이고 우리가 미국에 있으니

미국식으로 <감사절 Thanksgiving Day>이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수십년 사용하던 용어를 하루 아침에 바꾸기 어렵기에

우리 교회에서는 조금씩 차근차근 감사절로 부르고 있습니다.

 

2.

성경에서 감사절의 유래를 찾는다면

이스라엘에서 가을철 포도 농사를 마치고 지켰던

수장절 또는 초막절입니다.

유월절, 오순절과 함께 구약의 3대 절기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음력을 사용했기에

양력으로 치면 9월말에서 10월 말 사이에 옵니다.

올해 초막절은 9월 29일부터 10월 6일이었습니다.

 

수장절을 초막절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초막절이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천막을 치고 일주일 동안 밖에서 지냈기 때문입니다.

모세의 인도로 이집트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들의

40년 광야 생활을 재연한 것입니다.

 

동시에,

한 해 동안 비를 내리시고 햇볕을 비추셔서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일도 잊지 않았습니다.

 

3.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매사추세츠 플리머스에 도착한 청교도에게서 유래했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풍토병은 물론 생소한 토양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첫 겨울을 나면서 절반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때, 아메리칸 원주민들이

씨를 뿌리는 방법, 가축을 키우는 법 등을 알려주면서

첫 번째 추수감사절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청교도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원주민들을 초대해서 모두 함께 어울리는

첫 번째 추수감사절을 보냈지요.

 

3.

우리도 한 해를 지내면서,

눈에 띄지 않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잠시 멈춰서 숨은 도움의 손길들을 떠올리기 원합니다.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주일 동안

초막(텐트)을 짓고 그곳에 살면서

광야에서 고생하던 조상들의 삶을 떠올렸듯이,

우리도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서

과거의 고난이 현재의 삶으로 승화된 것을 기억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기 원합니다.

 

그렇습니다.

한 해를 살면서 눈에 띄지 않지만,

작은 손길들이 우리를 도왔고

과거로부터 면면히 이어져서 결실을 맺은 열매들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숨은 감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 삶 이곳저곳에 흩뿌려지듯이 숨겨진 감사를 찾아내고

그것을 마음에 간직합시다.

이 모든 것을 은혜 가운데 주관하신 하나님께 감사합시다.

 

우리가 감사함으로 앞에 나아가며

시를 지어 즐거이 그를 노래하자 (시편 95:2)

 

 

하나님,

숨겨진 감사를 찾아내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하 목사 드림.

(2023. 11. 23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