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가 해설 (9): 피난처 있으니

찬송가 70장: 피난처 있으니

교회력에 따르면 오늘이 성령 강림 후 마지막 주일입니다. 교회력은 예수님께서 오실 성탄을 기다리는 대강절로 시작해서,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부활절 그리고 성령 강림절로 이뤄져 있습니다. 대강절부터 부활절은 예수님의 생애에 초점을 맞춥니다. 마지막 성령 강림절은 오순절 성령강림부터 반년 정도 이어지는데,  십자가의 은혜와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이 성령의 인도와 능력으로 자라가는 기간입니다. 강단 색깔도 초록입니다.  오늘은 성령강림 후 마지막 주일입니다.

 

지난주까지 로마서 12장을 공부했습니다. 대강절이 시작되는 다음 주부터는 늘 그랬듯이 <성서일과lectionary>에서 알려주는 본문을 갖고 4주간 말씀을 준비할 예정입니다. 목사인 제가 설교 주제와 본문을 정합니다. 물론, 참빛 식구들을 마음에 두고 꼭 필요한 말씀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 주시는 말씀을 기도 가운데 찾습니다. 그래도 제가 정하는 본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서 일과에서 주어진 본문을 갖고 말씀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연속 설교 중간에 살펴보는 <찬송가 해설>시간입니다. 찬송가 70장 “피난처 있으니”의 배경을 공부하겠습니다. 서양 음악은 중세 이래 기독교 음악이 주도했습니다. 찬송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선교사들의 영향으로 우리 찬송가에는 서양 곡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그래도 2006년에 발행한 <21세기 새 찬송가>에는 총647곡 가운데 한국인이 작사한 찬송 121곡, 작곡한 찬송이 127곡이 수록되었습니다. 그 이전 찬송가에 고작 17곡 수록된 것에 비하면 우리 나라 사람이 만든 찬송이 많이 수록된 셈입니다.

 

우리가 오늘 살펴볼 “피난처 있으니”도 우리나라 사람이 작사한 찬송입니다. 그런데 누가 찬송시를 썼는지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시편 46편을 배경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피난처 되심을 고백한 찬송임이 틀림없습니다. 구한말 일제에 나라가 넘어가는 격변기에 하나님만이 피난처되심을 믿고 고백한 것입니다.

 

곡조 역시 누가 지은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1745년경 <음악선집 Thesaurus Musicus)에 처음 실렸습니다. 그 후에 영국에서는 여왕의 영광을 칭송하는 노래에 이 곡을 갖고 왔고, 그로부터 지금까지 영국 국가의 곡조가 되었습니다.  대영제국이 위세를 떨치면서, 같은 곡을 갖고 국가를 부른 경우가 20여개국에 달했답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애국가가 창작되고 불렸는데, 1898년 독립협회가 독립문에서 부른 애국가에 영국 국가에 쓰인 곡을 가져와서 불렀습니다. <아메리카 America>로 불리는 미국 애국가에도 같은 곡이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찬송가 70장 <피난처 있으니>의 곡은 영국 국가에서 갖고 왔지만, 찬송시는 우리 신앙의 선배들이 함께 고백한 신앙 간증입니다. 나라가 일제에 넘어가는 백척간두의 순간에 하나님을 의지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우리도 어렵고 힘들 때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의지하기 원합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