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기도해 주시고 염려해 주신 덕분에
두 달 간의 안식월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귀한 선물을 예비해 주신 하나님,
필요한 재정을 제공한 미국의 재단,
안식월을 가도록 허락하시고
교회를 섬겨 주신 참빛 식구들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목요 서신을 받아 보시는 지체들 가운데
안식월을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따로 연락을 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주 서신을 통해서 소통할 수 있고 관심 가져 주시니 고맙습니다.
2.
가족 여행을 포함해서
50일의 여정은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제는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반지의 제왕>을 보았는데
다음과 같은 대사가 있었습니다:
“여행은 위험한 것이다.
집에서 나가면 어떤 운명이 닥칠지 모른다.”
지난 5월 6일, 여행을 떠날 때
기대와 불안함이 교차했습니다.
유럽의 대도시는 소매치기가 다반사라는 정보부터
기차를 타는 것, 정해진 숙소에 제날짜에 맞춰서 들어가는 것,
예순이 넘은 부부가 건강하게 여정을 끝낼 수 있을지 까지
영화 대사대로 집을 떠나는 순간 무슨 일이 닥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모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했고,
“아- 이래서 여행을 떠나는구나”하는 마음마저 갖게 되었습니다.
3.
영국 런던부터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태리, 그리스까지
40여 일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가운데 몇 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우리가 가려는 곳을 찾지 못해서 캠퍼스를 헤매고 있을 때,
법을 전공한다는 대학원생이 친절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분명히 바쁜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길을 물었는데,
상냥하게 끝까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일부러 인지 영어를 못하는 척하면서 지나친 경우도 꽤 있었거든요.
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피렌체에서 로마로 가는 기차는 저와 아내가 따로 앉게 되었습니다.
둘이 같이 앉기 위해서 옆에 있는 신사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했더니
생색을 내면서 딱- 잡아뗍니다. 머쓱했습니다.
조금만 양보하면 서로가 편할 수 있는데,
자존심인지 아니면 우리 부부가 함께 가는 것에 대한 시샘인지 완강했습니다.
그 신사의 불친절한 표정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그래도 저희가 묶은 에어B&B의 아랍인 여주인,
길을 묻는 우리의 짐까지 들어주겠다던 독일 시골의 장난꾸러기 십 대들,
군말 없이 무거운 짐가방 두 개를 트렁크에 실어주던 아테네 택시 운전사,
시부모님같은 우리와 재미있게 얘기를 나눠준 서울에서 온 신혼부부까지
기억에 남는 좋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 부부는 과연 다른 여행객들에게
어떤 길동무가 되었을 지 궁금합니다.
4.
집을 나서는 순간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여행길이지만,
곳곳에 좋은 길동무들이 있으니
위험이 한결 줄고 편안하게 주어진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인생 여정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좋은 길동무가 되는 것은 서로에게 커다란 축복입니다.
다시 매주 보내드릴 목요 서신도
여러분의 길동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면 지혜를 얻고 (잠언13:20)
하나님,
우리 모두
서로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는 길동무가 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4. 7. 4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