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아 가도

좋은 아침입니다.

 

1.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로마는 영토를 넓혀가면서 대로를 만들고

군사, 무역, 치안 등을 관리했습니다.

 

로마가 첫 번째 만든 대로가

아피아 가도(via Appia)입니다.

주전 312년 아피우수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라는 집정관이 만들었기에

그의 이름을 따서 아피아 가도가 되었습니다.

 

이탈리아반도 남부에는 늪지대가 있어서

군인들의 이동은 물론 보급품 공급이 힘들었습니다.

이것을 파악한 아피우수가 군사용 대로를 건설한 것입니다.

 

훗날, 이탈리아 남부 부린디시 항구까지 연장되면서

군사는 물론 무역과 일반인의 통행까지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563킬로미터(350마일)에 이르는 로마 제국 최초의 대로(大路)입니다.

 

2.

아피아 가도는

군인들과 화물의 편리한 이동을 위해서 직선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운데를 높여서 배수가 가능했고, 인도와 차도를 구분했습니다.

길 양옆에 사이프러스와 같은 나무를 심는 조경도 잊지 않았습니다.

 

길에는 자갈과 모래를 깔고

그 위에 잘 다듬어진 돌 조각을 아스팔트처럼 넓게 배치했습니다.

악천후가 되면, 로마 제국의 도로들이 진흙탕으로 변하는 것에 비하면

아피아 가도는 포장도로인 셈입니다.

현재도 국도로, 관광객들의 순례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박해와 사역에 지친 베드로가

아피아 가도를 통해서 로마를 떠나기로 결정합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나타나셔서

베드로가 로마를 두고 떠나면 예수님 자신이 로마에 가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 말씀을 들은 베드로는 발길을 돌려서 로마로 향했고

결국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서 죽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났다는 아피아 길 초입에

베드로를 기념하는 쿼바디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교회가 세워졌고

교회 안에는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베드로의 성화가 있습니다.

 

죄수의 몸으로 로마에 호송된 사도 바울 역시

보디올이라는 나폴리 근처에 위치한 항구에 도착해서

아피아 가도를 통해서 로마에 입성했습니다.

 

1960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전설의 마라톤 영웅 아베베가

금메달을 딴 것도 아피아 가도 코스였습니다.

돌로 만든 길이어서 아스팔트처럼 도로 면이 평평하지 않은데

그곳에서 마라톤 경기를 진행했다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3.

작년 로마를 방문했을 때,

잠시 아피아 길을 걸었습니다.

베드로와 사도 바울이 걸었던 길이라고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2,300년 전,

돌을 깔아서 만든 튼튼할 길입니다.

2천 년 동안 다녔던 발길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살아있는 길이었습니다.

 

4월, 새달을 맞이했습니다.

세상이 혼란스럽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떤 길로 이어질지

근심과 우려가 큽니다.

 

그래도 우리는 길을 걸어야 합니다.

우리가 걷는 길이 임시방편이 아니라,

얄팍한 계획과 행동이 아닌,

깊이가 있고 수많은 발길과 사건들을 보듬어줄 수 있는

튼튼하고 살아있는 대로이길 원합니다.

 

함께 그 길을 만들어갑시다.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욥23:10)

 

 

하나님,

튼튼하게 길을 만들고

꿋꿋하게 길을 걷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5. 4. 3.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