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창세기를 읽으면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한편 짠한 생각과 함께 깊이 공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야곱이 아들 요셉이 총리로 있던 이집트에 내려갔을 때입니다.
요셉이 이집트 바로에게 아버지 야곱을 소개합니다.
바로가 “네 나이가 얼마냐”고 묻자, 야곱은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창4:9)
“험악한 세월”에 쓰인 히브리어 <라아>는
“악(evil)”을 가리킬 때 주로 쓰는 단어입니다.
우리 성경의 “험악한 세월”이라는 번역이 매우 적절합니다.
야곱의 답변은
130년 동안 살면서 겪은 고단한 인생 여정, 그 험악한 세월이
그의 얼굴과 몸에 고스란히 새겨졌다는 뉘앙스로 읽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야곱의 삶은 거칠고 험했습니다.
형 에서를 속이고 장자의 권리를 빼앗은 뒤 도망쳐야 했고,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는 14년을 종처럼 살았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에는 사랑하는 아내 라헬을 잃었고,
라헬이 낳은 첫째 아들 요셉이 짐승에게 물려 죽었다는
거짓 소식에 수십 년을 속고 살았습니다.
형들이 요셉을 이집트에 팔아넘긴 것이었지요.
흉년이 닥치자, 양식을 구하러 자식들을 이집트로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도 막내 베냐민을 보내야 한다는 일로 마음고생 합니다.
이집트에 총리로 있던 요셉을 만나는 과정도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인생 말년에 이집트로 내려와 가족들과 함께 지냅니다.
짐승에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을 다시 만난 것으로
큰 위로를 받았을 것입니다. 그래도 타향살이입니다.
말 그대로 야곱은 ‘험악한 세월’을 살았고,
그의 인생이 그의 모습에 그대로 새겨졌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야곱은 끝까지 견뎠습니다.
하나님과 씨름해서 이겼던 ‘이스라엘’답게 꿋꿋이 견뎠습니다.
2.
쉬운 인생은 없습니다.
희로애락을 모두 겪으면서 걷는 인생길입니다.
하나님을 믿으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설교나 간증이
‘나’에게 임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그런 말에 감동하는 횟수도 뚝 떨어졌습니다.
대신, 조상들에 비하면 나이가 많지 않지만
험악한 세월을 살았다고 이집트 바로 앞에서 솔직히 말하는
야곱의 고백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깊이 공감됩니다.
그렇습니다. 쉬운 인생은 없습니다. 그래도 견뎌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모든 고난을 면제해 주시지는 않지만,
끝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을 반드시 주십니다.
고난을 헤쳐 나갈 지혜와 용기도 주십니다.
오늘 하루도 하나님 바라보면서
행여나 기죽지 말고,
꼿꼿하게 걸어갑시다.
여호와는 나의 힘과 나의 방패이시니
내 마음이 그를 의지하여 도움을 얻었도다 (시편28:7)
하나님,
견딜 힘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5. 5. 15.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