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 나물

좋은 아침입니다.

 

1.

저는 한쪽 귀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냄새를 맡는 후각과 맛을 보는 미각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스타벅스를 비롯한 커피숍에 가득한

커피 향기를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는 한의원 약재 냄새도 좋아했습니다.ㅎㅎ

 

제가 좋아하는 냄새와 맛 가운데 하나가

‘쓴맛’입니다.

쓴맛이 나는 베이비 아루굴라(arugula)를 아주 좋아합니다.

신기하게도 먹고 나면 뒷맛이 깔끔합니다.

 

한번은 아마존에서

민들레 뿌리를 말린 차를 발견했습니다.

유기농(organic) 루마니아 산이라고 했습니다.

민들레 뿌리의 쓴맛이 우러난 차라니,

‘유레카’를 외치며 서둘러 주문했습니다.

 

배달되자마자 설레는 마음으로

봉지를 뜯어 차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쓴맛을 기대했건만, 그냥 풀 맛입니다.

나뭇가지를 말려 놓은 맛입니다.

 

알고 보니

반품도 되지 않는 물건이었습니다.

그래도 억울해서 아마존에 항의했더니

그냥 갖고 있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라면서

전부 환불해 주었습니다.

 

2.

성경에도

“쓴(bitter)” 것과 관련된 구절이 등장합니다.

 

잘못하여 받는 벌을

성경은 종종 “쓴 쑥”에 비유합니다.

고통스러운 형벌을 뜻합니다.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는

남편과 두 아들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에게 자신을 “마라(쓴, 고통)”라고 부르라고 합니다.

금의환향이 아니라, 쓴맛을 보고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집트에서 해방된 것을 기억하는 유월절에

양을 잡은 고기와 함께 “쓴 나물”을 먹었습니다.

 

이집트에서 400년 동안 고생하던 때를

기억하기 위함입니다.

 

3.

솔직히, 쓴맛을 즐기는 제 개인적인 취향이

특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쓴맛에는

단맛이 주지 못하는 특별한 풍미가 있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달콤한 인생을 기대하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은

쓴맛을 보았던 순간들입니다.

 

유월절에 쓴 나물을 먹게 하신 것은

고통스러웠던 때를 기억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

그리고 지금의 삶에 감사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지나온 ‘쓴 나물’의 시간을 기억할 때

현재 누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더 크게 다가옵니다.

정말 힘들었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의 삶에 더욱 감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밤에 고기를 불에 구워

무교병과 나물과 아울러 먹되 (출애굽기 12:8)

 

하나님,

나물 속에 깃든 은혜를 잊지 않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6. 3 12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