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미국에 살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문화가 ‘팁(tip)’입니다.
팁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고
팁이 없는 한국에 가면 뭔가 허전할 정도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많은 것을 바꿔 놓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팁플레이션(tipflation)”이라고 불릴 정도로 높아진 팁입니다.
27년 전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보통 감사의 표시로 5-10%의 팁을 주었기에
팁이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커피처럼 간단한 것을 살 때는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 경우를 제외하면 팁을 주지 않았습니다.
요즘 우리 동네에서는 18-25%의 팁이 계산기에 찍혀 나옵니다.
간단한 것을 사도 자동으로 팁을 줄 것인지 물어보니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솔직히 큰 부담입니다.
2.
팁의 유래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저는 팁이 미국의 유일한 전통인 줄 알고 있었는데
16-17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귀족들이 서비스 종사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 것이 시작이랍니다.
영국의 선술집에서
TIP(to insure promptitude)이라고 쓰인 통에 돈을 넣으면
빠른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전통에서
TIP이라는 용어가 나왔다고 봅니다.
유럽을 방문했던 미국인들이
팁을 주는 사람은 뭔가 있어 보이고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을 도왔다는 자부심도 들어서
미국에 도입합니다. 여기까지는 좋았습니다.
남북전쟁과 노예 해방이 되면서
팁은 석방된 노예들의 임금을 보장해 주는 데 이용됩니다.
주인들이 따로 임금을 주지 않으니
종업원들은 팁으로 먹고살아야 했습니다.
약간 서글픈 미국식 팁의 역사입니다.
3.
미국 연방 정부에서는
팁을 받는 종업원의 최소 임금을 $2.13으로 규정하고
팁 수입이 적으면 고용주가 $5.15의 크레딧을 주어서
최소 임금 $7.25를 맞춰야 합니다. 그리 높지 않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연방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습니다.
무조건 캘리포니아(또는 각 카운티나 시) 최소 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현재 $16.50입니다. 팁은 종업원들에게 그대로 돌아갑니다.
연방 정부 가이드라인에 비하면 꽤- 파격적입니다.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법률이나 규정이 많이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치우치지 않는다면 좋은 전통입니다.
노예에서 해방된 노동자들에게
따로 임금을 주지 않고 팁으로 먹고살게 했다는
팁의 역사가 씁쓸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습관적으로 행하는 많은 것에 특별한 역사가 있습니다.
힘없는 민초들의 서러움과 눈물이 베어 있기도 합니다.
불평하거나 무작정 반대하기보다
세심하게 살피고,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원합니다.
p.s.
요즘 팁의 비율이 너무 높습니다.
현실적으로 조정되거나,
팁에 걸맞은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받아서
팁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마 7:12)
Whatever you wish that others would do to you, do also to them (Mt 7:12)
하나님,
서로에게 기쁨이 되는 세상이 되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5. 10. 30 이-메일 목회 서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