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모압땅으로 피난갔던 나오미의 가정에 밀어닥친 고난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병약한 두 아들과 가족을 살리려고 모압으로 피난을 갔는데 피난길이 남편과 두 아들을 잃게 된 고난의 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나오미는 두 며느리와 함께 모암땅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향 베들레헴에 가뭄이 그치고 풍년이 들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나오미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이제 남은 두 며느리들이 문제입니다. 그때 이스라엘의 관습에 따라서 나오미가 두 며느리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그들로 하여금 다른 남자를 찾아서 결혼할 수 있도록 남겨놓고 떠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오늘 본문에도 나오듯이 나오미에게 다른 아들이 있다면 그들과 결혼시키는 것입니다. 옛날 이스라엘에서는 첫째 아들이 결혼해서 죽으면 그의 아내는 결혼하지 않은 다른 형제들이 아내로 맞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오미는 두 아들을 모두 잃었기에 더 이상 며느리들을 시집보낼 아들이 없었습니다.
결국 두 며느리를 모압땅에 두고 가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며느리들에게 자세하게 사정을 설명해 줍니다(12-13절). 매우 자상한 시어머니입니다. 자신이 늙어서 자식을 낳을 수도 새로 남편을 얻을 수도 없고, 설령 남편을 얻어서 아들을 낳아도 그들이 장성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처음에는 나오미가 두 며느리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것은 며느리들에게 못할 일입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오미는 두 며느리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두 며느리는 게다가 이스라엘 출신이 아니라 모압 여인들입니다. 그들이 이스라엘에 가면 문화도 다르고 워낙 이스라엘 민족이 배타적이어서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오미는 자신보다 두 며느리에게 좋은 결정을 합니다. 매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는 두 며느리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나오미의 마음씨가 얼마나 곱습니까?
처음에는 두 며느리 모두 나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오르바라는 며느리는 나오미의 간곡한 부탁에 모압땅에 남기로 합니다. 그런데 룻은 나오미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가겠답니다. 14절에 보면 룻이 시어머니 나오미를 꼭 붙잡았습니다. 시어머니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함께 가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습니다. 나오미와 함께 생사를 같이 하겠답니다. 그가 나오미를 버리면 하나님께서 자신을 벌하실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룻의 결심이 완강한 것을 알아차린 나오미가 그녀와 함께 베들레헴에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나오미가 두 며느리와 이별하고 혼자서 고향땅에 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언제보아도 눈물겹습니다. 나오미의 외롭고 기구한 운명이 그대로 들어나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도 나오미와 룻이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룻은 끝가지 시어머니를 모시겠답니다. 나오미는 룻을 위해서 모압에 남으라고 설득합니다. 아픈 마음을 뒤로 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귀감이 됩니다. 하물며 이들을 지켜보신 하나님의 마음은 어떠셨을까요?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