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 : 룻과 보아스

보아스가 자신의 밭에서 마음대로 보리이삭을 주워갈 것을 허락했기 때문에 룻과 나오미는 양식 걱정을 하지 않고 한 철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 나오미가 룻울 불러놓고 마음에 있던 얘기를 합니다. 언제까지 여자 둘이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룻도 새로운 시작을 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나오미는 룻이 보아스의 밭에 가서 보리 이삭을 주워올 때마다 룻을 보아스에게 시집보내고 싶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룻을 불러놓고 자신의 의중을 얘기하면서 오늘 밤에 보아스가 타작마당에서 밤을 지새울 때 슬며시 그의 잠자리에 들어갈 것을 부탁합니다.

“목욕을 하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입고”(3절)라는 나오미의 말은 룻으로 하여금 신부 장단을 하고 보아스에게 가라는 것입니다.“그 발치에 이불을 들고 거기 누우라”(4절)는 것은 룻에게 보아스의 침상에 오르라는 야릿한 뉘앙스를 갖고 있는 히브리식 표현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 어떤 사람이 죽으면 형제나 자식 아닌 가까운 친족이 남겨진 재산이나 부인을 취해서 가문의 대를 잇는 관습이 있었습니다(신25:5). 보아스는 돌아가신 시아버지 엘리멜렉의 친족입니다. 그러니까 나오미는 엘리멜렉이 룻에게 있어서 가장 적합한 남편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룻을 보아스에게 시집보내기 위해서 꾀를 쓴 것 같습니다.

룻은 시어머니 나오미의 말에 그대로 순종합니다. 마침 보아스는 보리 추수를 모두 끝내고 “먹고 마시고 마음이 즐거워서”보리 낟가리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당시는 수확한 것을 집에 가져가기 전까지 주인은 낟가리를 지키면서 그곳에서 잠을 잤습니다. 룻은 밤중에 슬며시 보아스의 침상에 오릅니다. 보아스가 한밤중에 깜짝 놀라서 잠을 깹니다. 룻이 자기 발밑에 있는 것입니다. 웬만한 사람 같았으면 모압여인 룻을 저주하고 날이 밝았을 때 마을 사람들 앞에서 아주 큰 창피를 주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보아스는 도리어 룻을 축복합니다. 게다가 보아스는 룻의 마음속에서“인애(헤세드)”즉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다고 칭찬합니다(10절).모압 사람이지만 그녀의 부지런함과 시어머니를 모시는 효심으로 인해서 룻은 이미 마을에서 “현숙한 여인”(11절)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보아스도 아름다운 여인 룻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룻은 보아스의 말대로 그 밤을 함께 머뭅니다. 그리고 동이 트기 전에 보리 여섯 되를 주고 룻을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돌려보냅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매우 현명한 여인입니다. 룻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잠잠히 보아스의 처분을 기다리자고 제안합니다. 룻기의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지만 나오미의 지혜, 룻의 순종, 보아스의 배려로 룻과 보아스의 사랑이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랑이 열매를 맺으면 보아스가 나오미와 룻을 책임지고 이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바로 보아스는 룻과 나오미에게 구세주(redeemer)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온 나오미에게 이런 충만한 축복을 예비해 놓으셨던 것입니다. 헤세드 – 하나님의 사랑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축복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