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변하여 포도주 되다

서머나 성도님들과 더불어 하나님 말씀을 나누는 시간이 가장 기쁘고 동시에 떨리기도 합니다. 목사로서 하나님 말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성도님들과 교회가 있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하나님 말씀을 성도님들과 더불어 나누고, 그 말씀으로 교회와 성도님들이 변화되는 것을 목도할 때는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합니다.

지난 4주에 걸쳐서 스바냐 3장 말씀을 함께 나누면서, 우리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끝까지 기다리시는 하나님, 우리를 잠잠히 사랑하시는 하나님, 우리를 보면서 춤을 추실 정도로 기뻐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하나님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회개와 끝까지 하나님을 의지하는 남은 자의 신앙, 그리고 하나님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부터 축제의 삶을 사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이제 앞으로 7주에 걸쳐서 요한복음 말씀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한 두 본문은 예전에 설교했었는데, 이번에는 요한복음에 나오는 7가지 표적에 대한 본문들을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기적(miracle)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표적(signs)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헬라어 “세이메이온”에 해당하는 말입니다. 기적(“두나미스” 권능)은 예수님께서 초자연적인 사건을 보여주셨을 때 지칭하는 말입니다. 다른 복음서에서 병을 고치시거나,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거나,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을 먹이신 것을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단지 초자연적인 기적을 베푸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메시야이심을 보여주셨기에 표적(싸인)이라고 부릅니다. 요한복음의 전반부 (1-12장)에는 특별히 7가지 표적이 나옵니다. 표적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표적 뒤에는 꼭 예수님의 설교가 나와서, 표적이 설교를 위한 도입부처럼 생각될 정도입니다. 표적보다 그 이면에 있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살펴볼 예수님의 첫 번째 표적은 가나 혼인잔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과 함께 가나라는 동네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결혼식 도중에 포도주가 떨어졌답니다. 그때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가 예수님께 와서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때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으시고, 종들에게 손을 씻는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가득 채우고 그 물을 갖다가 손님들에게 주라고 명령하십니다. 하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로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되었고, 예수님께서 만드신 포도주를 맛본 손님들은 하나 같이 기뻐했습니다.

결혼식은 축제의 자리입니다. 여섯 개의 항아리는 불완전한 세상을 상징하고 율법에 얽매인 유대교를 가리킵니다.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유대교의 역할이 끝났다는 표시입니다. 그곳에 가득 채워진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은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하늘나라의 복음이 구태의연한 유대교의 율법을 대신 할 것을 선포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만드신 포도주를 먹고 기뻐하는 손님들의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고 천국잔치에 참여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본문 속의 결혼 잔치와 스바냐 3장의 천국잔치가 일맥상통합니다. 물이 변하여 포도주가 되는 표적에 참여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말씀에 순종하는 일입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