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아들이 살았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대로, 예수님께서는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이 변해서 포도주가 되는 표적을 일으키셨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예수님의 영광이 드러났고, 표적을 체험한 제자들은 예수님을 더욱 확실히 믿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초자연적인 일들을 단순히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고, 그 속에 들어있는 심오한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표적(sign)”이라고 부른다고 했습니다.

가나에서 첫 번째 표적을 보이신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올라가서 성전을 깨끗이 정화하십니다. 그곳에서 복음을 전파하시면서 제자를 삼고 세례를 주십니다. 그것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메시야이심이 은연중에 드러났을 것입니다. 그때 바리새인들과 유대의 종교지도자들이 예수님을 경계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을 알아차리신 예수님께서는 아직 자신의 때가 되지 않았기에 다시 갈릴리로 내려오십니다. 갈릴리에 와 보니, 유월절을 맞아서 예루살렘에 다녀온 갈릴리 사람들이 예수님에 대한 소식을 모두 알려놓았습니다. 가나 혼인잔치에서 기적을 일으키신 것과 더불어 예수님은 이미 이 지역에서 유명한 분이 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첫 번째 표적을 일으키신 가나를 다시 방문하셨을 때, 왕의 신하 가운데 한 사람이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옵니다. 이 사람에게 아들이 한명 있었는데 죽을병에 걸렸답니다. 16마일쯤 떨어진 자신의 집까지 오셔서 아들을 고쳐달라고 간청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사람의 초청에 선뜻 응하지 않으십니다.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는 메시야로 세상에 오셨지 모든 병을 고치는 의사로 세상에 오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병을 고쳐주시는 것은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고 영생 얻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서 고쳐주셨습니다. 말 그대로 예수님은 표적을 베푸신 것이지 단순히 기적을 베푸신 것이 아닙니다.

왕의 신하는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예수님을 초청합니다. 예수님은 그와 함께 가지 않으십니다. 대신에“가라, 네 아들이 살았다”라고 말씀만하십니다. 왕의 하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집으로 갑니다. 집에 도착할 즈음 하인들이 나와서 아들이 살았다는 소식을 전해 줍니다. 알아보니 예수님께서 “네 아들이 살았다“라고 말씀하시던 시간과 아들이 나은 시간이 정확히 일치합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가지 않으셔도 말씀으로 하인의 아들을 고쳐주신 것입니다. 이러한 표적을 체험한 왕의 신하는 온 가족과 더불어 예수님을 믿게 됩니다. 단지 아들이 살아난 기적만 체험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물을 포도주로 변화시킨 첫 번째 표적을 통해서 예수님께서 자연만물을 다스리시는 분임을 나타내셨습니다. 하인의 아들을 살리신 표적은 예수님께서 생명을 주관하는 분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본문에“살았다(생명)”라는 표현이 세 번 나옵니다.:“네 아들이 살았다”(50절),“아이가 살았다”(51절),“네 아들이 살았다”(53절). 왕의 신하가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갔을 때(말씀대로 순종했을 때) 아들이 낫는 표적이 일어났습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신하의 집에 가지 않으셔도 먼 거리에서 아들을 살려 주셨습니다.

참된 믿음은 예수님의 말씀을 의지해서 그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표적이나 기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예수님과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것입니다. 표적과 기사는 그것을 체험한 사람들에게 믿음을 더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