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교회가 지키는 성탄감사주일이자 올 해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올해는 경인년 범띠 해였습니다. 범처럼 포효하면서 힘차게 한 해를 시작했고, 그동안 계속되던 불경기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2010년을 맞이했었는데 여전히 미국의 경제는 한 겨울입니다. 더 힘든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들만큼 서머나 식구들의 삶이 힘겨웠습니다. 그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때로는 안타깝고, 감사하고, 목사로서 더욱 힘껏 돕지 못해서 죄송했습니다.
우리 교회 역시 올해의 시작이 아주 상쾌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성도님들께서 한 마음으로 교회를 지켜주셨기에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비록 큰 부흥은 이루지는 못했어도 교회가 양적으로 조금씩 자라가고, 교회의 사역도 소박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올바른 곳으로 방향을 잡고 한걸음씩 나가고 있으니 하나님께서 친히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무엇보다 올 한 해도 전도사님과 연로하신 권사님들께서 건강하게 지내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해가 갈수록 기운이 떨어지신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전도사님과 모든 권사님들께서 아름답고 견고한 믿음으로 새해를 맞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돌아보니 우리 서머나 식구들과 우리 교회는 힘은 들었어도 감사한 가운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살아있었고, 말씀의 은혜를 사모하면서, 어떻게든 온전한 신앙의 길로 나가려는 마음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해를 신앙 가운데 열심히 사신 서머나 식구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올 한 해 동안 주변을 돌아보니 안타까운 일이 많이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제가 여전히 어렵고, 한국에서는 연평도 사건이후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비롯한 세상의 여론은 기독교에 대해서 많은 반감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심지어 성탄절을 맞아서 “메리 크리스마스”대신에 “해피 할러데이”라는 인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에 주인공이신 예수님은 없어지고, 세상의 여러 풍조와 상술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본 사데교회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사데교회는 죽은 교회였습니다. 교회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진정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없으니 형식과 껍데기만 있는 추한 모습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회복시키려 했지만 이미 복음이 사라진 교회를 되살리기가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사데 교회를 묵상하면서, 메리 크리스마스에서 해피 할러데이로 성탄절의 참뜻이 놀고, 먹고, 마시는 세상의 휴가철로 변질된 요즘 세상이 생각났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일그러지고 망가진 세상을 가슴에 품고 기도해야겠습니다. 하나님 통치와 주권이 세상에도 그대로 임하기를 기도해야겠습니다.
사데교회가 죽은 교회였지만 그곳에도 신실한 사람들은 남아 있었습니다. 이들 역시 지난 주 두아디라 교회의 남은 성도들처럼 “이기는 자”라는 칭찬을 받습니다. 사데교회가 거룩함을 상실하고 어두운 세상의 세력이 교회에 드리웠는데, 그곳에서 흰옷을 입은 성도들이 남아 있었다니 얼마나 귀한 모습입니까? 이들의 이름은 생명책에서 지워지지 않고, 예수님께서 이들이 하나님의 자녀임을 친히 변호하신답니다. 흰옷을 입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누리는 축복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망가져도 서머나 성도님들은 흰 옷 입은 성도들로 이기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시면서 새해를 맞으시길 기도하겠습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