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길

지난주에는 십자가의 은혜에 대한 말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십자가는 기독교 신앙의 한 가운데 위치합니다. 처음부터 십자가가 신앙의 상징이 된 것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구약은 물론 로마 시대의 십자가는 반역죄나 살인 등 큰 죄를 지은 사람들을 처형하는 형틀이었고 저주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습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죄의 형벌을 예수님께서 대신 받으신 것입니다(대속의 은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들이 죽음에서 영생으로 옮겨지는 구원을 받았습니다(구속의 은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하나님과 우리를 가로막던 담이 무너지고 하나님께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화목의 은혜).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모든 죽음의 세력을 이기셨습니다. 이렇게 형틀이었던 십자가는 예수님께서 그 위에 달리심으로 더 이상 형틀이 아니라 구원과 승리의 십자가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에 깃든 은혜라고 지난 시간에 말씀드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으셨지만 생전에 예언하신대로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고난과 죽음의 십자가가 영광스런 부활로 이어지는 길목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베드로를 비롯한 초대교회의 사도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자랑했습니다. 그들이 가는 곳마다 십자가 복음을 전했고, 그것은 예수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기는 기쁜 소식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초대교회 이후 지난 2천년 동안 기독교회는 십자가의 은혜를 세상에 전했고 그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오르신 갈보리 언덕길을 생각하면서, 기독교인들 역시 세상 속에서 외롭고 힘든 신앙과 삶의 순례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갈보리 언덕의 십자가가 부활로 이어짐을 믿기에 소망 가운데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모든 죄인들을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리셨듯이, 기독교인들도 자신을 내어주는 희생을 몸소 실천해야합니다. 자기를 비우고 희생했을 때, 하나님께서 채워주시는 하늘의 신령한 은혜가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사도바울은 자신을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고백하였습니다(갈 2:20). 자신의 모든 것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는 철저한 자기부정입니다. 자존심도, 고집도, 욕심도 십자가에 못 박고 온전히 새로운 존재로 거듭 태어난 것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변화되었을 때, 우리 앞에는 하나님께서 예비 놓으신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입니다. 이것이 곧 십자가의 은혜요, 우리들이 그 은혜 속에서 경험하는 십자가의 능력입니다.

이제 고난주간을 맞습니다. 서머나 식구들 모두 십자가의 은혜를 깊이 묵상하시고 그 은혜를 흠뻑 체험하시길 바랍니다. 한 걸음 나가셔서,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길을 가기로 결단하시길 바랍니다. 우리들 각자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인생의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2천 년 전에 이미 그 길을 오르셨던 예수님께서 우리를 도우실 것입니다. 부활의 영광은 골고다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매일같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길 바랍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