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회력에 따라 “주현절 후 첫 번째 주일”입니다. 교회력에서 주현절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공생애를 시작하신 것을 기념하는 절기입니다. 전통적으로 1월 6일을 주현절로 지키고 있기에 오늘이 주현절 후 첫 번째 주일이 된 것입니다.
교회력은 초대교회 이후 그리스도의 교회가 여러 절차를 걸쳐서 제정한 교회의 달력(church calendar)입니다. 종교개혁시대에 교회력이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이유로 배척되기도 했지만, 현대에 와서 다시금 교회력의 중요성이 강조됩니다. 교회력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짜여있기 때문입니다. 교회력에 따라서 한 해를 살아가는 것 역시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서도 매 주일 예배순서 앞에 교회력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교회력의 구조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교회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또는 대강절, Advent)부터 시작됩니다. 성탄절 4주전부터 시작되는 대림절은 예수님께서 메시야로 오실 것을 기대하는 절기입니다. 대림절 다음에 성탄절기가 대개 2주간 계속됩니다. 성탄절 이후 사순절 전까지를 주현절(Epiphany)이라고 합니다. 주현(Epiphany, “빛으로 나타나심“)이라는 의미대로 빛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묵상하는 절기입니다.
교회력에서는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고난주간 전까지 40일간을 사순절이라고 합니다. 사순절 기간 동안에는 기도와 금식을 행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을 교회의 전통으로 삼았습니다. 기도와 금식이 하나님 사랑의 실천이라면 선행과 섬김은 이웃사랑의 실천입니다.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가장 큰 계명인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몸으로 행하는 것입니다(막 12:30-31).
부활절후 여덟 번째가 오순절 성령강림주일입니다. 대림절부터 오순절까지가 교회력의 전반부로서 예수님의 생애를 기념합니다. 그리고 오순절 이후의 약 6개월 기간은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강조됩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교회가 세워졌듯이 오순절 이후 약 반년 동안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세우는 기간입니다. 그리스도인 개인의 삶과 교회의 사역은 똑같이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야한다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한 해를 교회력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입니다. 교회력에 맞추어서 설교와 교회행사를 준비하시는 목사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교회력에 맞춰서 성경을 읽는 성서일과(lectionary)도 있어서 매일같이 교회력에 맞춰서 신구약 성경을 읽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한 해 동안 주보에 실린 교회력을 자세히 살펴보시고 예수님의 생애를 묵상하시고 그대로 따라 사시길 부탁드립니다.
무엇보다 주현절을 맞아서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서머나 식구들의 마음과 삶을 하늘의 빛으로 밝혀 주시길 기도하겠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