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2007년 8월,
한국일보 종교란에 실었던 컬럼입니다.
어느덧 그 이후로 5년이 지났고,
2012년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신 없이 달려온 올 한 해였습니다.
잠시 멈춰 서서
그 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마무리할 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익할 것입니다.
쉼표와 숨표
저는 노래를 부를 때 박자를 잘 못 맞춥니다. 쉽게 말해서 “박자 치’인 셈입니다. 한번은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웅장한 음악과 감미로운 선율도 저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심벌즈 연주자의 동작에 제 눈이 고정되었습니다. 저처럼 박자를 못 맞추는 사람에게는 한 참을 쉬고 있다가 이따금씩 박자에 맞춰서 심벌즈를 울리는 모습이 참 신기했습니다. 저는 찬양을 하면서 손뼉을 쳐도 조금만 지나면 옆에 분들과 박자가 맞지 않아서 어색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노래를 부르면서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쉼표 때문입니다. 음정은 비교적 잘 잡습니다. 음표의 길이도 적당히 맞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쉼표가 나오면 속수무책입니다. 속으로 ‘하나, 둘’을 세어도 번번이 들어가는 박자를 놓칩니다. 못 갖춘 마디로 시작하면 여지없이 두 번째 가사부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노래하다가 쉼표가 나오면 편안히 쉬지 못하고, 피아노 반주자나 옆 사람의 눈치를 살펴야 합니다.
노래에서 쉼표뿐만 아니라 숨표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숨표에 따라서 숨을 쉬어야 노래의 가사가 제대로 전달된답니다. 합창을 할 때는 함께 숨을 쉬어야지, 숨표를 무시하고 제 멋대로 숨을 쉬면 다른 사람과 호흡이 맞지 않습니다. 그때도 호흡이 짧은 저는 틈틈이 숨을 쉽니다. 그러다 보면 박자를 놓치기 일쑤입니다.
음악뿐 아닙니다. 우리들의 삶에도 “쉼표와 숨표”를 지켜야 합니다. 쉴 때 쉬지 않으면 나중에 피곤이 몰려와서 집중력을 잃기 쉽습니다. 인생길의 쉼표를 지키지 않고 일만하다가 중한 병에 걸리는 경우도 종종 봅니다. “숨쉴 틈도 없이 바쁘다”는 말이 있는데, 아무리 바빠도 숨은 쉬고 살아야 합니다. 하늘을 쳐다보면서 심호흡을 하고 나면 마음이 상쾌해 집니다. 숨쉴 틈도 없이 바쁘게 산다는 것이 자랑거리는 아닙니다.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에게 쉼은 하나님의 명령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엿새 동안 일하시고 일곱째 날 안식함으로 “쉼”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성경의 “안식”은 세상일의 중단입니다. 구약의 율법에 의하면 안식일에는 집안의 종들까지 일손을 멈춰야 합니다. 세상일을 접고 온전히 하나님을 생각하고 예배하는 시간입니다. 세상에서 6일 동안 열심히 일하고, 일곱째 되는 날은 세상일이 아니라 하늘의 것을 추구하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안식일은 세상으로부터 하나님께로의 모드 전환입니다.
현대인들이 일주일 가운데 하루를 하나님께 온전히 바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루를 쉰다고 해도 그 동안 밀린 일들을 해야 합니다.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이민생활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만큼 우리들은 직장과 사업 그리고 복잡한 인간관계에 쫓겨서 살아갑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쉬는 법을 터득할 만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그래도 이제부터 조금 쉬어갑시다. 인생의 쉼표와 숨표를 지키면서 살아봅시다. 하루를 온전히 쉬지 못한다면, 일주일에 단 몇 시간 또는 몇 분이라도 세상 일을 내려놓고 숨 고르기를 하면서 하늘나라의 삶을 연습해 봅시다. 그래야 인생의 엇박자를 막을 수 있습니다. (SF한국일보 종교칼럼 2007.8.23)
하나님 아버지
우리 모두 늘 바쁜 일로 쫓기며 살지만
주님 안에서
쉼표와 숨표를 지키는 여유를 허락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올림
(2012.11.1 이-메일 목회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