룻기속의 사람들

좋은 아침입니다.

  1. 새벽기도회에서는
    구약 성경 룻기를 읽고 있습니다.

룻기의 배경은
이스라엘에 왕이 없어서
각자 마음대로 행하던 사사시대입니다(삿21:25)
가나안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앙적으로 바닥을 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뭄이 들자
베들레헴에 살던 엘리멜렉이라는 사람이
부인 나오미와 두 아들을 데리고 모압땅으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서 남편이 죽습니다.
나오미는 두 아들을 모압 여인과 결혼시킵니다.
설상가상으로 두 아들도 죽습니다.

결국 모압 땅에
나오미와 두 명의 모압 며느리만 남았습니다.

나오미는 고향에 가뭄이 그쳤다는 말을 듣고
베들레헴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웁니다.
역이민을 결심한 것입니다.

그때 둘 째 며느리 룻이 따라 나섭니다.
어머니가 믿는 하나님을 자신도 믿고,
어머니 나라에서 어머니 곁에 묻히겠다는 것입니다.
충성심이 대단합니다. 기특합니다.

2.
나오미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나오미와 모압 며느리 룻이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수군대면서 조롱합니다.

그때 나오미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오미가 그들에게 이르되 나를 나오미[기쁨pleasant]라 부르지 말고 나를 마라[슬픔bitternaess]라 부르라 이는 전능자가 나를 심히 괴롭게 하셨음이니라. 내가 풍족하게 나갔더니 여호와께서 내게 비어 돌아오게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 나를 징벌하셨고 전능자가 나를 괴롭게 하셨거늘 너희가 어찌 나를 나오미라 부르느냐 하니라. (룻1:20-21)

처절한 고백입니다.
잘 살겠다고 모압에 갔는데
금의환향은 커녕 최악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오미는 자기 가족의 실패를 솔직히 인정합니다.
보통 여자가 아닙니다.

룻은 생활전선으로 나갑니다.
추수하고 남은 이삭을 주우러 간 것입니다.

그때 룻이 우연히 간 곳이 보아스의 밭입니다.
민첩하다는 이름을 가진 보아스는
베들레헴의 유력인사였고
무엇보다 훌륭한 성품을 가졌습니다.

요즘 ‘갑질’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보아스는 자신이 고용한 일꾼들을 인격적으로 대합니다.
밭에 가면 “여호와께서 너희와 함께 하시길 원하노라”고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주시길 원하나이아”(삿2:4)라고 일꾼들이 화답합니다.

마음씨 좋은 보아스의 밭에 간 덕분에
룻은 이삭을 많이 주워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시어머니 나오미는 룻이 ‘우연히’ 보아스의 밭에 가서
이삭을 주었다는 말에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보아스가 나이는 많아도
당시 관습에 따라 홀몸으로 돌아온 룻을 책임질
친족 가운데 한 명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보아스는 매우 훌륭한 성품의 소유자입니다.

나오미는 룻과 보아스를 만나게 해줄 생각을 합니다.
룻이 우연히 보아스를 만났지만
나오미는 단지 우연이 아님을 간파하는 믿음의 눈을 갖고 있었습니다.

나오미의 말대로 룻이 보아스에게 나가고
보아스는 가문의 절차를 밟아서
모압 여인 룻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들에게서 다윗의 할아버지 오벳이 태어납니다.
다윗의 조상이 된 것입니다.
천여 년이 흐른 뒤에 예수님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베들레헴의 유력자 보아스와
모압에서 온 외국인 룻 사이에서 생긴 일입니다.

3.
룻기를 읽다 보면
감정이 동합니다.

나오미의 가족이 모압 땅에서 겪은 일들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고향을 떠나서 타향에 사는 우리들이기에 더 깊이 공감합니다.
나오미와 룻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룻기 속의 인물들은
강합니다. 따뜻합니다. 성숙합니다.

쉽지 않은 결정을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들과 함께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이들을 쓰셔서
이스라엘 최고왕 다윗,
메시야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으로 삼아 주십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
모든 것이 합력해서 선을 이뤄주신다는 말씀(롬8:28)이 생각납니다.

신앙이 무너지고,
전쟁과 가뭄, 미움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사사 시대에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하나님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힘을 얻습니다.

주께서 나의 슬픔을 변하여 춤이 되게 하시며
나의 베옷을 벗기고 기쁨으로 띠 띠우셨나이다 (시30:11)
You have turned for me my mourning into dancing;
you have loosed my sackcloth and clothed me with gladness, (Psa 30:11 ESV)

하나님 아버지,
주님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성품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5.1.29 이-메일 목회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