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여행을 할 때는 은근히 긴장이 됩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힘차게 달려서 이륙을 시도할 때는 저도 모르게 손을 꼭 쥡니다.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면 안도의 숨을 쉽니다. 그런데 비행기 여행만이 주는 유익이 있습니다. 수만 피트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은 생각보다 오밀 조밀입니다. 그 속에서 아옹다옹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왠지 겸연쩍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창공을 나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태양빛은 더욱 선명합니다.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나라를 날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우리들은 하루하루의 삶에 쫓겨서 큰 그림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독수리의 눈(bird-eye-view)으로 세상을 보기보다, 땅 위를 기어 다니는 벌레의 눈 (worm-eye-view)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러다 보니 늘 바쁜 일로 쫓깁니다.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고, 지내놓고 나면 하찮은 일인 줄 알면서도 사소한 일에 온 마음을 빼앗긴 채 시간과 힘을 낭비합니다. 때로는 막다른 길목에 도달했다고 단정을 하고 털썩 주저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조금만 더 나가면 큰 길이 펼쳐 있는데 그 너머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벌레의 눈을 갖고는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세상사를 내려다볼 수 없습니다.
시인 월트 휫트먼(Walt Whitman)은 Song of the Open Road라는 시에서 세상이 우리들 앞에 활짝 펼쳐져 있다고 노래합니다. 자질구레한 인생사에 얽매이지 말고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힘차게 나가랍니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세상이 앞에 펼쳐져 있음을 확신합니다 (I believe that much unseen is also here). 과거를 회상하면 아쉬움만 밀려옵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또한 현재의 문제에만 집착하면 먼 미래를 바라보기 힘듭니다.눈 앞에 닥친 문제 속으로 자신까지 함몰되는 경험을 합니다. 휫트먼은 우리 앞에 펼쳐진 길을 설렘으로 걸어가랍니다. 그 길은 아무런 글씨도 쓰여 있지 않은 백지와 같답니다. 한 번도 넘겨보지 않고 고스란히 책장에 간직해 두었던 책과 같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들 앞에 펼쳐있는 것입니다.
사도바울은 빌립보서3장 12-14절에서 지나간 과거는 모두 잊고, 앞에 세워놓은 푯대를 향해서 나아간다고 고백했습니다. 그 안에 부르심의 소망이 있고,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인의 삶은 미래지향적입니다. 활짝 열린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신앙이요, 전인미답의 길을 믿음으로 걸어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미래를 향해서 마음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우리가 일할 터전인 세상을 향해서도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이웃을 향해서도 마음을 열고 인생길을 함께 걸어갈 동반자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독수리의 눈보다 더 높은 하나님의 눈(God’s eye view)으로 세상을 조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 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거하면서 주어진 삶을 만끽해야 합니다. 그때에 하나님께서 예비해 놓으신 의와 희락과 화평의 하나님 나라가 우리들 앞에 활짝 펼쳐질 것입니다. (SF한국일보 종교칼럼 2006.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