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정해년 새해의 첫 달을 보내고 있습니다. 태평양 건너 고국의 일각에서는 올 해가 600년 만에 찾아온 “황금 돼지해”라고 야단법석을 떨고 있답니다. 돼지 저금통도 황금색으로 만들고, 액세서리에도 황금돼지가 등장했답니다. 젊은 부부들은 한술 더 떠서 황금 돼지띠 아이를 낳으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답니다. “황금 돼지해”라는 말은 정해년의 “정(丁)”자가 오행(五行)에서 붉은 색을 뜻하는 것에서 유추 해석된 것인데, 실상을 알고 보니 근거 없는 과장이고 일부 업체들의 상술이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황당한 해프닝인 셈입니다.

황금 돼지꿈은 아니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벅찬 기대 속에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복 받는 것을 마다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2007년 새해에도 우리들의 삶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게 전개될 것입니다. 때로는 산등성이에 걸려있는 무지개를 잡으려고 헛걸음 질을 칠 지도 모릅니다. 남들과 무리하게 경쟁하려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고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숫자만 바라보고 정신 없이 살다가 구약성경의 전도서 기자처럼  “내가 해 아래서 수고한 모든 수고에 대하여 도리어 마음으로 실망케 하였도다”(전도서 2:20)라고 허탈해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겉모습을 꾸미고 외형을 추구하고 있을 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도바울의 권고처럼 속사람을 먹이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아름다운 신앙인격을 갖추기 위해서 매일같이 애쓰고 자신을 돌아보아 야합니다. 지나가버리는 순간적인 것에 마음을 두기 보다 영원한 것을 바라보면서 일상의 삶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 분복(分福)에 감격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입니다. 그러면 틀림없이 하루 하루가 행복에 겨울 것입니다.

2007년 새해를 맞는 첫 날에 저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올 한 해 동안 제 눈을 지켜 주옵소서. 보아야 할 것을 보게 하시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이 눈 앞에 닥치면 찔끔 눈을 감게 하옵소서. 제 입을 지켜 주옵소서. 아름답고 고운말,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들만 제 입술에 있게 하옵소서. 제 귀를 지켜 주옵소서. 수많은 소리가 들려오지만 들을 소리만 듣게 하시고, 남을 비난하거나 교회와 세상을 무너뜨리는 말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보내게 하옵소서. 제 손과 발도 지켜 주옵소서. 낙심한 이웃들, 격려가 필요한 성도들의 손을 꼭 잡고 저들을 위해서 간절히 기도하게 하옵소서. 도움이 필요한 분들께는 한 걸음에 달려가게 하옵소서. 무엇보다 올 한 해 동안 제 마음을 지켜주옵소서. 우리 교인들, 가족들,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심장이 뛸 때마다 솟아나게 하옵소서. 매사에 넉넉한 마음을 주옵소서. 예수님의 마음을 닮게 하옵소서.”

올 해도 어김없이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의 인생 통장에 365일이라는 귀한 자산을 공평하게 예치해 주셨습니다. 인생 통장에 예치된 365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우리들 몫입니다. 세상이 추구하는 황금을 쫓기보다 속사람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365일을 사용해 보시지 않겠습니까? (SF한국일보 종교칼럼, 200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