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의 창세기에는 아브라함과 이삭 그리고 야곱으로 이어지는 족장들이 나옵니다. 이들의 신앙과 삶에 대한 기록을 족장사라고 부릅니다. 족장(族長)은 말 그대로 가족의 수장을 뜻합니다. 이스라엘이 부족이나 국가를 형성하기 전에 가족단위로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창세기의 족장들은 완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도 아내를 누이라고 속이는 실수를 연거푸 두 번씩 저지릅니다. 부전자전이라고 하더니 이삭 역시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고 속입니다. 창세기의 세 번째 족장인 야곱의 인생은 말 그대로 파란만장입니다. 아버지를 속여서 장자권을 얻어낸 야곱은 평생 동안 속고 속이는 일에 연루됩니다. 그래도 하나님께서는 야곱에게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을 주십니다. 그리고 그의 열 두 아들이 훗날 열 두 지파의 조상이 됩니다.
창세기의 족장들이 이렇듯 완벽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브라함, 이삭,야곱 모두 한 가정의 가장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일에 열심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브라함은 하나님께서 지시하는 땅에 이르자 마자 제단을 쌓고 하나님을 예배했습니다. 백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드린 사건은 아브라함 믿음의 백미입니다. 그의 아들 이삭 역시 이곳 저곳으로 옮겨다는 유목생활 중에도 하나님을 예배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야곱은 외삼촌 집으로 피신가는 도중에 꿈을 꾸고 자기가 베고 있던 돌 베개를 세워서 하나님을 예배하였습니다.
이처럼 창세기의 족장들의 삶 한 가운데에는 언제나 “예배”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한 가정을 이끌면서 그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 죄를 지었을 때나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했을 때,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예배하였습니다. 이러한 모습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일찌감치 선택했고 믿음의 조상으로, 복의 근원으로 삼으셨을 것입니다.
지난 달 버지니아텍에서 일어난 참사 이후에 한인사회에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제는 자녀들의 성품과 그들의 삶 전반에 관심을 가질 때입니다. 이것을 위해서 가정 예배를 활성화했으면 좋겠습니다. 온 식구가 일 주일에 최소한 한 번만이라도 둘러 앉아서 가정의 제사장되신 아버지의 인도로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해서 자녀들의 마음을 만져주실 겁니다.기도제목을 함께 나누면서 부모들의 애환과 자녀들의 고민을 서로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에서 찬송이 울려 퍼질 때,자녀들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들이 사라지고 밝은 생각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들의 가정을 예배하는 가정으로 만듭시다. 그러면 창세기 족장들에게 임했던 하나님의 축복이 그대로 임할 것입니다. 부모나 자녀들이나 실수도 저지르고 때로는 죄도 짓지만, 예배 가운데 하나님께서 가족들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실 것입니다. 예배하는 가정 –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가 되는 비결입니다. (SF한국일보 종교칼럼, 2007.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