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 이야기

올해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을 맞이합니다. 아시다시피 추수감사절은 한국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입니다. 추수감사절이 되면 4천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가족의 품을 찾아 길을 떠난다고 합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들의 전통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620년 겨울, 102명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를 타고 현재 보스턴의 남쪽에 위치한 플리머스에 도착하였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대서양의 거친 파도를 이겨냈지만 도착하자마자 동부의 혹독한 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됩니다. 살아남은 50여명의 청교도들 역시 신대륙의 생소한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인근지역에 살고 있던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들이 청교도들을 도와줍니다. 곡식을 심는 법, 바다에 나가서 고기를 잡는 법, 독이 있는 채소를 분간하는 법 등을 원주민들을 통해서 배운 청교도들은 이듬해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둡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자신들을 도왔던 원주민들을 초대해서 축제를 벌였던 아름다운 전통이 추수감사절 속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렇게 해마다 추수감사절을 지키다가 1863년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이 추수감사절을 국가의 공휴일로 제정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칠면조 요리입니다. 칠면조는 원래 멕시코 북부와 미국동부가 원산지인 꿩 과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칠면조를 유럽에 전해주어서 유럽에서는 일찍이 칠면조 요리가 유행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목덜미의 깃털이 일곱 가지 색깔로 변한다고 해서 칠면조라고 부릅니다.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음식이 된 것은 청교도들이 추수감사절에 야생터키를 잡아서 인디언들과 함께 잔치를 벌인 전통 때문입니다. 요즘도 추수감사절을 맞으면, 미국 전역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터키들이 식탁에 오릅니다.  

추수감사절 전날 백악관에서는 대통령이 터키 한 마리를 놓아주는터키 사면식(turkey pardoning)”이 거행됩니다. 백악관의 추수감사절 만찬을 위해서 선택된 칠면조들이 미국의 유명한 농장에서 일년 동안 특별관리를 받으면서 사육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한 마리가 만찬석상에 올라가는 대신 풀려나서 그 여생을 동물원이나 야생 농장에서 호강을 하면서 보내는 행운을 잡는 것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1947년에 제정해서 올해로 60번째 터키 사면이 이루어질 예정이랍니다. 수많은 터키들이 죽음을 당하는 것에 미안한 마음을 갖는 미국국민들의 마음을 대통령이 대신 풀어주는 예식처럼 생각됩니다. 올 해는 과연 어떤 터키가 부시 대통령에게 선택되어서 목숨을 부지하게 될지 자못 궁금합니다. 또 동료들을 뒤로 하고 홀로 풀려나는 터키의 마음은 과연 편안할지!  

이처럼 추수감사절은 한 해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는 절기입니다. 또한 청교도들이 원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었듯이 우리들 역시 부모형제 그리고 이웃의 도움이 있었기에 올해도 무사히 추수감사절을 맞게 되었음을 감사하면서 이웃들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의 정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올 추수감사절에도 세계 곳곳에서 아름답고 정겨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습니다. 복되고 풍성한 추수감사절 맞으십시오. (S.F 한국일보 종교칼럼. 2007.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