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 드리운 무지개

동부에 살 때 나이아가라 폭포를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두 번 방문했었는데, 나이아가라 폭포는 갈 때 마다 참 장관이었습니다. 폭포 근처에 도착하면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가 웅장하게 들려옵니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에 펼쳐진 야경은 말 그대로 환상적입니다. 나이아가라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비를 입고 폭포수가 떨어지는 바위 밑으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폭포수가 머리 위로 떨어질 때의 짜릿함과 시원함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한가지는 유람선을 타고 폭포 가까이 들어가는 것입니다. 사방에서 들리는 폭포 소리와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듯한 폭포수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마음 속에 우러러 볼 때”라는 찬양이 절로 나옵니다.

이처럼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를 바라보고 있으면, 끊임없이 떨어지는 폭포수 위에 무지개가 선명하게 걸려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어떤 각도에서 봐도 일곱 색깔 무지개가 폭포수에 걸려 있습니다. 무지개가 얼마나 선명한지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서 재생을 해도 그대로 나타날 정도입니다. 폭포수는 쉬임없이 떨어져서 하류로 흘러가지만, 폭포수위에 드리운 무지개는 정지된 영상처럼 폭포수에 걸쳐 있는 것입니다.

초대교부 어거스틴은 그리스도인들이 누리는 영생을 폭포수에 걸쳐있는 무지개에 비교하였습니다. 쉬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끊임없이 떨어지는 폭포수와 같습니다. 따라서 시간을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젊어서는 영원히 살 것 같지만 금방 흰머리가 나고 인생을 마감할 때가 닥칩니다. 어쩌면 매우 허무하고 무상(無常)할 뿐입니다. 그런데 폭포수 위에 햇볕이 비취면 무지개가 생기듯이, 피조물인 인간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임할 때 삶 한 가운데 영생이라는 무지개가 드리웁니다. 그때야말로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영원하고 진리 되신 하나님의 시간대를 체험하는 순간입니다. 허무해 보이던 인생이 아름다워 보이고 하나님의 손길을 눈으로 보듯이 체험하는 특별한 순간입니다.

2008년 새해도 한 숨에 떨어지는 폭포수처럼 빠르게 지나갈 것입니다. 이처럼 살같이 지나가는 광음(光陰) 이지만 그리스도인들은 그 속에서 영생을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흘러가는 세월을 붙들어 매 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드리운 은혜의 무지개를 포착할 수는 있습니다. 일곱 색깔 무지개로 임하는 하나님의 은혜를 순간순간 경험하고 그것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누리는 영생입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365일을 선물로 주신 하나님께서 하늘의 은혜도 똑같이 내려 주실 것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는 위로해 주실 겁니다. 힘이 없고 낙심될 때는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가는 하늘의 힘을 공급해 주실 겁니다. 어디로 가야 할 지 몰라서 갈팡질팡 할 때는 우리들을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서 각자의 삶 속에 아름다운 무지개로 아로새겨지겠지요. 이렇게 하나님께서 삶 속에 만들어주신 아름다운 무지개를 바라보고, 무지개의 색깔을 하나하나 세어보며 사는 것이 영생의 삶입니다. 그때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 다음과 같은 고백이 나올 것입니다.:“은혜로 사는 인생은 무지개처럼 아름답습니다.” (2008.1.17 SF 한국일보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