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처음 와서 우리 가족은 동부에 살았습니다. 네 식구를 데리고 늦깎이 유학을 왔었던 저는 학업과 삶이 힘들 때마다 아내와 함께 대서양이 훤히 내다 보이는 해변가 바위를 찾곤 했습니다. 동부에서 중서부로 이사한 후에 바다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늘 아쉬웠습니다. 3년 전 샌프란시스코에 오면서 내심 기뻤던 것은 다시 태평양이라는 넓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지금도 힘들고 마음이 무거우면 바닷가를 찾습니다. 해변가 바위에 앉아서 넓게 펼쳐진 태명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확 트입니다. 바다 끝에 있어도 하나님께서 그곳까지 함께 해 주신다는 시편 말씀도 생각 납니다. 밀려왔다가 부숴지는 파도를 보고 있으면 ‘인생살이도 다 그렇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바닷가에 가보면 파도타기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핑 보드 위에 몸을 싣고 파도를 타면서 묘기를 연출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제 마음도 시원해 집니다. 그리고 파도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교훈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파도 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커다란 파도가 밀려 오기를 기대하는 듯 합니다. 우리들 역시 삶 속에서 밀려오는 파도를 겁내지 말아야 합니다. 타락한 세상은 끊임없이 엉겅퀴와 가시덤불을 냅니다.인생의 파도가 밀려 올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아무리 큰 파도가 밀려와도 그것을 타고 넘겠다는 단호한 각오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파도 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파도 위를 절묘하게 타고 다닙니다. 그러다가 파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파도에 묻혀서 넘어집니다. 인생의 파도타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 속에 들어가 있으면 문제를 옳게 파악하기 힘들어서 허둥대거나 넘어지게 됩니다. 인생의 파도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그 위를 타고 넘는 여유와 자신감이 요청됩니다.
또한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파도에 부딪쳐서 넘어져도 다시 일어납니다. 한번 넘어졌다고 파도타기를 포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도리어 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서 더 큰 파도를 타고 나오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인생 길에서 넘어지는 것은 다시 일어나기 위한 전 단계일 뿐입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인생의 파도를 맞으려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들은 철저히 준비합니다. 파도타기에 앞서서 옷을 갈아입습니다. 서핑 보드도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닙니다. 이들은 무엇보다 파도를 타려는 마음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인생의 파도는 언제나 밀려옵니다. 고난의 파도가 없는 인생은 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입니다. 인생의 파도가 밀려올 때,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는 도구, 방법,마음가짐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인생의 파도가 아무리 크고 험해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으면 파도에 묻히는 일은 없습니다.
준비된 사람은 언젠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굳건한 믿음이 있다면 인생길에 밀려오는 파도를 타고 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저기서 불경기라는 말이 들려오고 마음을 어둡게 하는 소식이 자꾸만 전해집니다. 이럴 때에도 밀려오는 파도를 멋지게 타고 넘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의 몫임을 기억합시다. 힘내십시오! (SF 한국일보2008.5.22일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