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한 달은 대한민국 월드컵 축구국가대표팀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우리 나라가 처음으로 원정 16강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일궈냈고, 비록 8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서 뛰고 또 뛰었습니다. 저 역시 워낙 운동경기를 좋아하기에 가족들과 함께 우리나라 경기를 모두 지켜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예선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와의 경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선수들의 실수로 실점할 때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두 번이나 골 네트를 흔들 때는 정말 짜릿했습니다. 마지막 5분여를 남겨놓고는 하도 긴장이 되어서 앉아서 보지 못하고 일어서서 손을 꼭 쥐고 지켜보았습니다.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까지 추가시간이 왜 그리 길던지요? 드디어 원정 첫 번째 16강이 확정되는 순간 우리 가족은 서로 껴안고 소리를 치면서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아마 이웃집에서 깜짝 놀랐을 겁니다.
그때 그 순간의 스릴과 긴장을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서,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를 인터넷을 통해서 재방송으로 시청했습니다. 이기고 있다가 한 선수가 실수를 해서 승부차기로 동점이 됩니다. 나머지 시간 동안 적어도 무승부를 기록해야 합니다. 생방송을 볼 때는 그 순간이 얼마나 긴장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재방송을 보니까 재미가 없었습니다. 생방송을 볼 때의 스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선수들이 실수하는 장면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경기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뭐든지 생방송으로 봐야 그 순간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지, 녹화방송은 밋밋할 뿐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고 노트북을 접었습니다.
이것은 성경읽기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우리들은 녹화방송을 보듯이 성경을 읽습니다. 예를 들면, 다윗이 풀 맷돌 다섯 개로 구 척 장수 골리앗을 이기는 말씀을 읽으면서 긴장하거나 통쾌한 마음을 전혀 느끼지 않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지”라고 미리 결론을 내리고 성경을 읽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성경말씀이 무척 지루하고 녹화방송처럼 밋밋할 뿐입니다. 대신에 생방송을 보듯이 성경말씀을 한 장 한 장 읽어나가면 얼마나 재미있고 다음 장면이 기대가 되는지 모릅니다. 성경이 전해주는 말씀들이 생생하게 마음 속에 전해집니다. 이처럼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재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처럼 읽어야 합니다.
하나님 말씀인 성경을 읽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연애편지 읽듯이 성경을 읽는 것입니다. 연애편지를 대충 읽는 연인들은 없습니다. 연애편지를 수면제 대용으로 읽는 연인들도 없습니다. 연애편지를 받으면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행간(行間)까기 헤아려가면서 자세히 그리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예전에 받았던 연애편지와 그 내용을 기억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신 연애편지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목숨까지 바쳐가면서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하나님께서 보내신 연애편지라고 생각하면, 한 구절도 대충 넘어가지 않고 그 속에서 하나님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서 애를 쓰게 마련입니다.
실제로 성경 말씀 속에는 하나님의 숨결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하심으로 기록되었다고 하였는데(딤후3:16), 여기서 “하나님의 감동하심”에 해당하는 헬라어 “테오푸뉴스토스”는 “하나님의 숨결”이란 뜻입니다.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는 연애편지처럼 달콤하고 그윽하게 속삭이시는 하나님의 숨결을 따라 읽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시는 생생한 말씀으로 읽어야 합니다. 그때 하나님 말씀이 정금보다 더 사랑스럽고 송이 꿀보다 더욱 달다는 시편기자의 고백(시19:10)이 우리의 고백이 될 수 있습니다.(SF 한국일보 2010년 7월 2일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