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 (達人)

한국에서 방송되는 개그 프로그램가운데 “달인(達人)”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키가 작고 다부지게 생긴 개그맨이 나와서 보통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장기를 하나씩 보여줍니다. 지난 추석에는 그 동안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던 일곱 가지 장기를 특집으로 엮어서 방송했습니다. 체조 선수도 아니면서 링 위에서 가진 묘기를 부립니다. 온 몸에 먹칠을 하고 전위예술 하듯이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데 괜찮은 작품이 탄생합니다.

자신은 십여 년 이상을 얼음에서 생활했다고 허풍을 떨면서 얼음 위에서 책을 읽고, 심지어 얼음 신발까지 신고 추위를견딥니다. 물속에서 잠수한 상태로 콜라와 컵라면을 먹고 책을 읽습니다. 급기야 맛을 느끼지 못하는 달인이라는 명목으로 청양고추를 질겅질겅 씹어먹고, 맵기로 유명한 태국고추를 팝콘처럼 한 입에 가득 넣습니다. 매운 고추를 먹을 때는 그분의 건강이 은근히 걱정 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의사까지 대동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달인 코너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 분이 보여주는 장기가 허풍이나 거짓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청자는 물론 수 많은 방청객들 앞에서 실제로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씁니다. 오랜 시간 동안 링에 매달려 있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역력한데도 그분은 ‘아니라’고 능청을 떱니다. 청양고추를 먹으면서 웃음을 짓지만, 시청자들은 그가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매운 맛을 참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핑계를 대면서 어려움을 피해가지만, 그가 보여준 장기만으로도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냅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그가 보여주는 달인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감동이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달인(達人)은 말 그대로 “무엇엔가 통달한 사람”을 가리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기에 쉽게 채택할 수 있지 (달인 코너의 개그맨은 결코 쉽게 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우리네 보통사람들은 입에담기도 어려운 말입니다.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달인 코너를 보고 있으면 왠지 우리도 달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적어도 우리들이 하고 있는 생업 또는 취미나 특기를 살려서 달인이 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낍니다. 작은 체구의 개그맨이 우리에게 주는 은근한 힘이요 커다란 용기입니다.

달인 코너를 보면서 저도 어떤 영역에서인가 달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목사이니 목사와 관련된 달인의 모습을 하얀 종이에 적어 봅니다: 설교의 달인, 인간관계의 달인, 섬김의 달인, 상담의 달인, 언어의 달인 등등. 달인이 되고 싶은영역이 꽤 많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되고 싶은 달인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기도의 달인’입니다. 목사이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으로서 기도의 달인이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깨어있으면 늘 기도하고, 꿈을 꾸면서도 기도하고, 운전하면서 기도하고, 일을 하면서도 기도하고, 누군가 만나면서도 기도하고, 밥을 먹거나 무엇을 하든지 늘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교제하고 대화하면서 평생을 살아가는 기도의 달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방송에 나오는 개그맨처럼 일상 생활 속의 어떤 일이나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서 달인의 모습을 갖추려고 애쓰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 같은 아마추어들은 수없이 연습해야 합니다. 때로는 고통도참고 이겨야 합니다. 달인 코너의 개그맨을 두고 동료들이 했던 말 가운데 한 가지가 마음에 남습니다:“그는 악바리입니다!” 달인이 되기 위해서는 끝까지 견디는 근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여러분들께서는 어떤 영역에서 달인이되고 싶으십니까? (2010년 10월 15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