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길 가는 순례자”

“한길 가는 순례자” – 유진 피터슨 목사님의 한국어판 책 제목입니다. 영어 제목은 “A long obedience in the same direction”이고 우리 말로는 “한 방향으로의 오랜 순종”이라고 옮길 수 있습니다. 구약 성경 시편 가운데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라는 표제가 붙은 말씀을 묵상한 책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인생을 순례길로 표현하곤 합니다. 순례길은 힘이듭니다. 알아주는 사람도 없기에 외롭기도 합니다. 하지만 순례자는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갑니다. 그 길이 어떤 모습이든지, 아무리 힘이 들고 지치더라도 묵묵히 자신이 가야 할 순례길을 걸어 갑니다. 순례자가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400여년 전, 자신들에게 주어진 신앙의 순례길을 걷기 위해 메이플라워를 타고 신대륙에 도착한 일단의 순례자들이 있었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험난한 대서양의 파도와 싸운 끝에 65일만에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이었습니다. 이들에게 꿈이 있었다면, 자유롭게 신앙의 꿈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갖고 신대륙에 도착했지만 낯선 곳에서 살아남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순례의 여정이었습니다. 겨울을 나면서 절반에 가까운 동료들이 폐렴 등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처럼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청교도들에게 봄이 찾아 왔지만, 신대륙의 환경은 여전히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유럽에서 갖고 온 씨앗들은 신대륙에서 싹을 틔우지 못했습니다. 커다란꿈을 안고 신대륙에 왔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 먹고 사는 것 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들에게 나타난 천사와 같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곳에 살던 인디안 부족이었던 스콴토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람의 인생역정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도착하기 15년 전에 영국의 한 탐험가가 스콴토를데리고 영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영어도 배우고 서양문물을 접하게 한 후에 다시 신대륙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스콴토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영어를 하는 것이 빌미가 되었는지 영국의 노예상들이 밀어닥쳐서스콴토를 카리브 해안 국가에 노예로 팔았습니다. 스콴토는 그곳에서 마음 좋은 가톨릭 사제를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스콴토가 이렇게 인생역정을 거치고 고향에서 지내고 있을 때 메이플라워를 탄청교도들이 플리머스에 도착한 것입니다.

당시 그곳에 살던 인디안 부족들은 낯선 사람들이 자신들을 방문하면 극진히 대접하는 관습을 갖고 있었습니다. 당연히영어를 할 줄 아는 스콴토가 나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정착하도록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가을, 모든 곡식을 추수하였을 때 청교도들과 원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첫 번째 추수감사절을 지켰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서 한 길을 갔던 청교도들에게 임한 축복이자 감사였습니다.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이 방황하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갈피를 못 잡고 허둥지둥 대면서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은 신앙의 순례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입니다. 대신에 목적지를 향해서 꿋꿋하게 순례길을 걸어가는 “한길 가는 순례자”들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은 분명히 임할 것입니다. 신대륙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스콴토를 만날 줄을 상상이나 하였겠습니까? 낯선 사람들에게 우호적인 원주민들이 신대륙에 있을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푯대를 세우고꿋꿋하게 앞으로 나가는 신앙입니다. 흔들림 없이 하나님만 똑바로 바라보면서, 앞으로 나갈 때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가 우리의 순례길 여기저기서 임할 줄 믿습니다. 한 길 가는 순례자에게 임하는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요 축복입니다. (2010년 11월 19일 SF  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