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는 네 개의 복음서가 있습니다. 모든 복음서들이 예수님에 대한 말씀들이지만 예수님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달라서 우리들은 네 개의 복음서를 통해서 예수님에 대한 다양하고 풍성한 말씀을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개별 복음서에만 나오는 말씀이 있는 반면에 모든 복음서에 중복되어서 나타나는 말씀도 있습니다. 네 개의 복음서에 모두 등장하는 사건 가운데 웬만한 그리스도인들이면 알고 있는 말씀이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산에서 말씀을 전하시던 예수님께서 말씀에 주릴 뿐만 아니라 육신적으로 배고팠던 당시의 백성들을 보면서 측은지심이 생기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고 명령하시지만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 데나리온, 성인 남성의 8개월치 봉급에 해당할 정도의 큰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어린이 한 명이 자신이 가져온 오병이어, 즉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제자들에게 건네 줍니다. 예수님께서 그것을 손에 들고 하늘을 향해서 축사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나눠주라고 하시지요. 원하는 대로 모두 나눠줍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열두 광주리가 남은 것입니다.
복음서의 말씀을 읽다 보면 오병이어의 기적 속에 네 개의 손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첫째는, 자신이 갖고 있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예수님께 드린 어린 아이의 손입니다. 이 아이가 자신의 것을 – 비록 아주 작은 것이지만 –예수님께 드리지 않았다면 오천 명이 배불리 먹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어린아이의 헌신, 자기 것을 내어드리는 희생으로 말미암아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어린아이의 손을 통해서 드려진 오병이어는 예수님의 기적을 경험케 하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둘째는, 오병이어를 받아 드시고 하늘을 향해서 축사하시는 예수님의 손입니다. 예수님께서 어린아이가 가져온 도시락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 크고 작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의 손에 들려지는 것입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축사하시는 예수님의 손을 통해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가 작은 것을 통해서도 임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셋째는, 떡을 나눠주는 제자들의 손입니다. 처음에 제자들은 인간적으로/세상적으로 계산했습니다. “안 된다”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축사하시고 떡을 나눠주는 일에 참여한 제자들은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습니다.신기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세상적이고, 계산적이고, 인간적인 믿음을 회개했을 것입니다.
넷째로, 떡을 받아 먹는 백성들의 손입니다. 이들은 제자들이 나눠주는 떡을 마음껏 먹었습니다 원 없이 먹었습니다. 예수님의 기적에 참여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사실 본문에서 “축사하시다”에 해당하는 헬라어가 “유카리스테오”라는 동사인데 여기서 성만찬을 뜻하는 “유카리스트”가 나왔습니다. 떡을 받아 먹는 백성들의 손은 떨렸고, 기뻤고, 그 순간만큼은 그곳에서 하늘나라를 경험했을 것입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정말 보잘것없는 하찮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예수님의 손에 들려졌을 때, 오천 명이 먹고 남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들의 삶이 어떠하든지 예수님의 손에 올려지길 원합니다. 그때 우리들도 기적의 떡을 받아먹은 백성들의 손처럼 예수님의 은혜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받는 것에만 익숙하면 안됩니다.떡을 나눠주고 남은 떡을 거두는 제자들의 손이 되어야 합니다. 계산적이고 인간적이었던 자신들의 속셈을 회개하고 결국에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던 손입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손이 많아야 세상이 밝아집니다. 작은 것을 드리는 손들입니다. 희생하는 손들입니다. 자기보다 먼저 교회와 이웃을 생각하는 손들입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출발점이 되는 귀한 손들입니다. 그때 우리들이 있는 곳이 기쁨이 넘치고 풍성한 나눔이 있는 하나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2012년 3월 23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