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들려온 세월호 침몰소식은 미국에 사는 우리들까지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사고가 났던 지난 주 화요일 에는 밤늦게까지 인터넷으로 한국 뉴스를 시청했습니다. 화면에 비친 세월호의 모습이 참담했지만 모두 구조되었다는 뉴스 자막이 나오길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있으니 실종자의 숫자가 200명이 넘는다는 정정보도가 나옵니다. 많은 사람들을 구조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는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어수선한 언론 보도는 물론 갈팡질팡하는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조국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재난에 대처하고 국민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이 상당히 부실함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꽃다운 청춘들이 자신의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금지옥엽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님들과 졸지에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를 잃은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은 슬픔을 넘어서 분노에 이를 지경이 되었습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신앙을 집 짓기에 비유하신 예수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을 비교해서 말씀하셨습니다. 두 가지 집이 평소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습니다. 어쩌면 모래 위에 지은 집이 훨씬 화려할 수 있습니다. 어떤 집이 더 훌륭한 지 결판나는 것은 바람이 불어오고 홍수가 날 때입니다. 반석 위에 지은 집은 바람이 불고 홍수가 나도 무너지지 않습니다.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입니다. 모래 위에 지은 집은 쉽게 무너집니다.흔적도 없이 쓸려 내려갑니다. 모래 위에 세운 집을 두고 새번역 성경은 다음과 같이 번역했습니다:”비가 내리고, 홍수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서 그 집에 들이닥치니 무너졌다. 그리고 그 무너짐이 엄청났다.”
예수님께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말씀을 듣고 행함으로 반석 위에 집을 짓는다고 하셨습니다. 반면에 말씀을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일갈하십니다. 여기서 말씀은 신앙생활의 기준 또는 삶의 원칙입니다. 그러니까 원칙에 충실하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다지라는 것입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듣는 것이나 말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이 모든 것을 행동으로 옮기라는 교훈입니다.
물론 말씀을 행동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기초를 다져야 합니다.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많이 들어갑니다. 평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도리어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할 정도로 여러 가지 상념들이 떠오릅니다. 약삭빠르게 편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이해관계에 따라서 이리저리 쏠려 다닙니다. 모래 위에 집을 지어놓고는 반석 위에 세운 것처럼 속임수를 씁니다. 평소에는 알 수 없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금방 드러날 것을 모른 채 눈 앞의 이익을 쫓습니다. 원칙을 무시하고 말씀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어리석은 모습입니다.
태평양 너머 조국에서 들려온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모래 위에 지은 집이 생각났습니다. 해운회사는 편법을 사용해서 배를 개조했고, 배에 실린 화물의 무게는 물론 승객의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배를 운항하던 선장은 자기 혼자 빠져 나오는 몰염치한 행각으로 국제적으로 비난을 샀습니다. 당국이 조금만 일찍 그리고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정부는 물론 구조에 나선 경찰과 군도 허둥지둥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책임을 진 언론들도 특종만 따라다니다가 상황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신앙으로 말하면 말씀에 충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지켜야 할 기본 법규와 원칙을 무시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한 결과 큰 재앙을 부른 것입니다.어른들의 어리석고 무분별한 행동으로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죄스러움이 밀려옵니다.
개인이든 국가든지 폭풍우는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불어 닥칩니다. 그때 집을 모래 위에 세웠다면 아무리 크고 화려해도 무너짐이 엄청날 겁니다. 하지만 반석 위에 세운 집은 폭풍우를 이기고도 남습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들 각자는 물론 조국 대한민국이 드러난 문제점들을 낱낱이 파악하고 반석 위에 집을 짓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2014년 4월 24일 SF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