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14장 – 겟세마네 기도

그동안 우리 교회 기도의 어머님이셨던 박재순 권사님께서 지난 주일 홀연히 하나님께 가셨습니다. 지난 주일예배 때 오랜만에 오신 낸시 권사님과 두 분이 나란히 앉으셔서 도란도란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평소와 똑같이 일찍 오셔서 웃음으로 교인들을 맞아 주시고, 아이들을 예뻐해 주셨는데 오늘 예배에 계시지 않으니 무척 허전합니다. 이렇게 금방 가실 줄 알았으면 손 한 번 더 잡아 드리고, 권사님과 마주하며 얘기도 더 나눌 걸 그랬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저희가 권사님께 해 드린 것보다 권사님께서 베풀어주신 사랑과 기도가 더욱 크기에 권사님이 더욱 그립고 마음 한편이 빈 것 같습니다. 하늘나라에서 권사님을 다시 뵐 수 있다는 소망과 영원한 생명으로 인해서 위로받고, 권사님의 뜻을 따라 더욱 열심히 주님과 교회를 섬기기로 다짐합니다.

 

박재순 권사님께서는 평소에 소원하신 대로 오래 앓지 않으시고 기도하시는 중에 주님께 가셨습니다. 94년 일생을 권사님처럼 정갈하게 살다 하나님께 가신 분도 드물 것입니다. 날마다 예수님 만날 준비를 하시면서 90평생을 사신 권사님이셨습니다. 젊은이들을 사랑하셨고, 교회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시고 말씀대로 감사하고 기뻐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이제 하늘나라에 가셔서 우리 교회를 위해서 그리고 이 땅에서 그러셨듯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면서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참 연약합니다. 죽음이라는 불가항력의 힘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젊고 건강할 때는 모든 일을 자기 마음대로 통제할 것 같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힙니다. 그때마다 우리 자신이 흙으로 만들어진 질그릇임을 실감합니다. 하나님께서 숨을 불어 넣어주셔서 살아있는 존재가 되었을 뿐입니다. 무엇보다 예수님께서 그 날과 그때는 하나님만 아신다고 했듯이 우리 인생의 끝을 알 수 없습니다. 순간순간 예수님 맞을 준비 하면서 맡겨주신 달란트를 열심히 관리할 뿐입니다.

 

지난 한 주간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인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사망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가 계시지 않다면 우리의 인생은 죽음에서 끝이 날 것입니다.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음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은 이 정도로 존귀하고 실제적인 사역입니다. 이 일을 위해서 예수님께서 유월절 어린양으로 십자가에 죽으신 것입니다.

 

이제 유월절 만찬을 마치신 예수님은 겟세마네 동산에 가셔서 기도하십니다. 누가복음에 의하면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습니다. 천사가 예수님의 기도를 도왔습니다. 인류의 죄를 한 몸에 지고 가시는 예수님께서 그 순간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라고 고뇌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기도는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로 끝납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가십니다. 그로 인해서 우리가 살았습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