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신축년(辛丑年) 새해 첫 달이 지나갑니다.
소처럼 느릿느릿
그렇지만 해야 할 일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걷기로 결심했던 새해입니다.
여느 해처럼
빠른 속도로 걷기 힘들 것을 우리는 압니다.
조바심을 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닙니다.
혼자서만 앞으로 치고 나갈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2020년 거의 한 해를
팬데믹으로 살았기에
새해의 삶이 더 이상 새로운 일상(new normal)도 아닙니다.
2.
참빛교회 목사로서 갖고 있는 고민은
언제 우리가 다시 모여서 예배할 수 있을까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하고 흩어져 지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신앙이 식고 행여나 부서지는 것은 아닐까 입니다.
신앙은 혼자 가는 길이 절대로 아닙니다.
공동체로 모여 있을 때 유지되고 깊어지고 넓어집니다.
연말에 참빛식구들께 선물한
헨리 나우웬의 책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상처를 안고 사는 우리가 서로 마음을 나누려는 소원이 가장 아름답게 표현되는 때는
함께 식사를 할 때가 아니겠는가? 식탁, 음식, 음료, 말, 이야기, 이러한 것들이 서로에게
각자의 삶을 내어 주려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실제로 그것을 실행하는
가장 친밀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나는 ‘함께 떡을 뗀다’는 표현을 아주 좋아하네. 그때는
깨어지고 나누어 주는 것이 확실하게 하나가 되기 때문이지. (93쪽)
지난 주일 예배 후 <참빛 테이블 토크>에 초대된 권사님께서
주일 예배 후에 함께 떡을 떼며 식사하던 때가 그립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같은 심정입니다.
3.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합니다.
교회보다도
경제와 학교가 먼저 열려야 합니다.
함께 만나서 예배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안전한 세상이 속히 올 수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양보하고 더 길게 기다릴 수 있습니다.
대신,
우리가 지속해서 힘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신앙에 깊이를 더하는 일입니다.
신앙을 나무에 비유하면,
팬데믹 동안 신앙의 뿌리를 깊이 내리는 것입니다.
잎과 줄기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열매가 꼭 필요하지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고, 신앙을 표현할 기회가 적은 지금은
깊이 있는 신앙을 훈련하기 딱- 좋은 시간입니다.
웬만한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신앙을 갖추기 원합니다.
전도를 비롯한 이웃과의 관계는 제한을 받지만,
하나님과의 관계는 더욱더 깊어지기 원합니다.
이것을 위해서
하나님과 단둘이 만나는 “골방 시간”을 꼭 가지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있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셔도
잠자리에 들기 전, 단 몇 분이라도 하나님과 깊이 교제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갖는 것입니다.
보슬비에 옷이 젖듯이
하나님과 단둘이 갖는 골방 시간이 깊이 있는 신앙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가 나를 사랑한 즉 내가 그를 건지리라
그가 내 이름을 안 즉 내가 그를 높이리라. (시 91:14)
Because he holds fast to me in love, I will deliver him;
I will protect him, because he knows my name. (Ps 91:14)
하나님,
참빛 식구들이 고요한 시간 골방에서
주님을 찾을 때마다, 꼭 만나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1. 1. 28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