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케이다(cicada)

좋은 아침입니다.

 

1.
지금부터 17년 전인 2004년
인디애나에 있을 때입니다.

 

갑자기 온 세상이 매미 천지가 되었습니다.
창문에도, 자동차 위에도, 길에도, 나뭇가지에도
심지어 길을 갈 때 매미가 옷에 와서 붙을 정도입니다.
셀 수 없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씨케이다(cicada)라는 매미였습니다.
17년 동안 땅 밑에서 애벌레로 살다가
한꺼번에 성충으로 지상에 나타나서 짝짓기를 하고 한두 달 후에 사라집니다.
자연의 신비입니다.

 

2.
엊그제 신문에 보니
동부에 씨케이다가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2004년 인디애나에서 씨케이다를 본 후
정확히 17년이 지났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씨케이다를 보면
다음 씨케이다가 태어날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답니다.

 

연세가 드신 분들은
다음 씨케이다를 볼 수 있을지,
아이들은
다음 씨케이다가 나올 때 몇 살이 되고 무엇을 하고 있을지,
17년이 짧은 세월이 아니기에 막연한 소원부터
구체적인 계획까지 씨케이다 생애 주기를 보면서 꿈을 꾸는 것입니다.

 

저희도 2004년 씨케이다를 보면서
17년 후에는 저희 부부가 60 가까이 될 것이라며 놀라워했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른을 넘거나 가까이 갈 것이라면서
그때가 오지 않을 것처럼 얘기했는데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니
올여름에도 동부와 중서부에는 매미 천국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매미 철이 지나면,
앞으로 17년을 떠올리면서 각자 인생의 꿈을 꾸겠지요.

 

3.
씨케이다가 살아가는
17년이라는 주기(cycle)는 너무 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 하루,
주일을 중심으로 한 주간, 한 달, 일 년을 삽니다.

 

각각의 주기에 맞게
삶을 준비하고, 펼치고, 열매 맺기를 바랍니다.

 

17년 전, 씨케이다를 보면서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는데
올해 다시 나온다는 보도에 갑자기 씨케이다가 그리워집니다.

 

어쩌면 펜데믹을 비롯한 지금 우리의 삶에
썩 마음에 들지 않는 께름칙한 것들도 있지만,
훗날 돌아보면 그립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회고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선물(present)로 주신 오늘 현재(present)를
마음껏 누립시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전도 3:11)
He has made everything beautiful in its time. Also, he has put eternity into man’s heart. (Ecc 3:11)

 

하나님,
길고, 때로는 짧게 느껴지는 삶의 순간을
하나님의 신비,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 채우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21. 5. 20 이-메일 목회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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