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돌려대어

좋은 아침입니다.

 

1.
지난주일 애가서 말씀 중에 까다로운 구절을 만났습니다:
자기를 치는 자에게
뺨을 돌려대어 치욕으로 배불릴지어다. (애 3:30)

 

하나님 앞에서 큰 재앙을 겪고 있는 이스라엘에 주신 말씀입니다.
앞 구절에서는 하나님을 떠난 이스라엘에
선지자를 통해서 예고하신 매우 큰 재앙이 찾아왔음을 알립니다.

 

이스라엘은
어려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동안의 잘못을 조사하고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아침마다 의지했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께 돌아왔습니다.
애가서가 알려주는 깊은 신앙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온 이스라엘은
입을 땅의 티끌에 대면서 회개했습니다.
잘못했지만, “혹시”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소망을 구했습니다.

 

그 다음에
자기를 치는 자들에게 뺨을 돌려대서
치욕으로 배부르게 하라는 말씀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에 재앙이 찾아오니
주변 사람들에게 조롱거리가 되었습니다.
자기를 치는 자에게 뺨을 돌려대는 행위는
잘못한 것을 가볍게 피해가지 않고
충분히 죄의 값을 치르라는 말씀일 것입니다.

 

수요일에 살펴보는 사무엘하 말씀에서
신하의 아내 밧세바를 범한 다윗이
연거푸 치욕스러운 일을 겪는 것도 생각납니다.
다윗은 묵묵히 자신이 감당할 멍에를 지고
어려운 기간을 견디고, 주어진 길을 갑니다.

 

“치욕으로 배불릴지어다”는 죄값을 충분히 감당하는 모습입니다.
그 다음에 비로소 하나님의 본심을 발견하고
온전한 신앙으로 하나님의 인자와 긍휼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2.
자기를 치는 자에게 뺨을 돌려대라는 말씀은
“오른편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마5:39)는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떠올리게 합니다.

 

비폭력 운동을 주창했던 월터 핑크는 그의 저서 <예수와 비폭력 저항>에서
당시 유대의 습관을 갖고 예수님 말씀을 풀어갑니다.

 

(상황을 눈에 그리면서 자세히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정상적인 관계에서 상대방의 오른편 뺨을 치려면 왼손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유대 관습에서 왼손 사용은 금지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른손 손등으로 상대의 오른편 뺨을
치욕스럽게 “찰싹찰싹” 때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것은 주인이 노예를,
또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치욕을 줄 때 사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애가서에서 첫 번째 뺨을 맞는 것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때 왼편 뺨을 돌려대면,
상급자는 왼편 손등을 사용해야 상대방에게 치욕을 줄 수 있는데
왼손은 사용 불가이니 할 수 없이 오른손을 들어서 왼편 뺨을 때려야 합니다.
오른손을 충분히 사용하는 것은 상대방을 동등한 경쟁 상대로 여기는 행위이기에
상급자는 몹시 당황해서 더 이상 폭력을 사용하지 못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누군가 오른편을 때리면 왼쪽 뺨을 돌려대서
상대방을 어이없게 만드는 식으로
폭력에 저항하길 알려주셨다는 것이 월터 핑크의 해석입니다.
“치욕으로 배불릴 지어다”라는 애가서 말씀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러고 보니,
예레미야 애가에서 뺨을 돌려 대면서 치욕을 감수하는 것은
한편에서 이스라엘을 조롱하고 뺨을 내리치는 사람에 저항하는 행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얘가서 3장 30절에는 주어와 목적어가 모두 “그(he)”여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립니다.

 

3.
때때로 어려운 성경 본문을 만납니다.
애가서처럼 재앙을 겪고, 그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벌로 여기는 말씀 앞에서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으신 하나님”에 모순되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말씀을 곱씹으면
말씀에 담긴 새로운 의미와 그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본심을 발견합니다.
숨은 그림을 찾고 보물을 찾는 것과 같은 성경 읽기의 묘미입니다.

 

때때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지만,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성경을 사랑하는 우리의 열정이 만나서
성경이 우리 모두에게 생명의 양식이 되길 바랍니다.

 
주께서 인생으로 고생하게 하시며
근심하게 하심은 본심이 아니시로다 (애가 3:33)

 
하나님,
아침마다 주시는 주의 말씀, 그 깊이에 스며들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1. 1. 27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