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20여 년 전
아미쉬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비포장도로가 우리를 반겼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주민들이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빨랫감 같은 것을 등에 지고 가는 여성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 옆에는 염소 같은 가축우리가 있었습니다.
문명의 이기와 담을 쌓고
자기들만의 삶을 고수하는 아미쉬들이
왠지 안ㅆ,러워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결정으로 아미쉬가 된
청년들과 아이들이 조금은 불쌍해 보였습니다.
세상에서 격리되어 살아가는
아미쉬의 생활 방식이 옳다고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2.
엊그제 유튜브 첫 화면에
3백만 뷰가 넘은 아미쉬 마을 영상이 등장했습니다.
70여 명의 아미쉬 마을 청년들이
힘을 합쳐서 큰 건물을 옮기는 장면이었습니다.
수십명의 청년들이 특별히 고안된 구조물 사이에
자리를 잡고, 지휘자의 지시에 따라서
큰 건물을 옮기는데 왠지 그들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머리 모양과 옷차림은 비슷했지만,
머리에 최신식 선글라스를 장착하고
신나게 건물 이동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20-30대 청년 같았습니다.
20여 년 전 아미쉬 마을을 방문했을 때는
그곳에 사는 분들이 왠지 안쓰러웠는데
유튜브 영상에서 본 아미쉬 청년들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3.
그때만 해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행복한 삶에 관한 기준이 분명했습니다.
일종의 고정관념입니다.
20여 년이 지나고, 팬데믹을 거치면서
개인의 삶이 중요해졌습니다.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자기만의 개성있는 삶을 추구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미쉬 마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아미쉬를 비롯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내부인의 시각과 외부인의 시각,
또는 편집된 유튜브 영상의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4.
수십 명이 수작업으로 건물을 옮기는
아미쉬 청년들을 보면서 교회 공동체를 생각했습니다.
참빛 식구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예전에는 교회 안에서 획일적인 신앙과 삶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각각 지체들의 개성 있는 신앙과 삶을 존중합니다.
동시에 아미쉬 마을 청년들이 건물을 옮기는 데 힘을 합치듯이
함께 이뤄 가야 할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는 힘을 합칩니다.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라고 할까요!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바빌론의 다니엘이 그랬고
이집트의 요셉이 그랬듯이 살아남아야 합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사시는 참빛 식구들을 응원합니다.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빌 2:4)
하나님,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살고
모이면 힘을 합쳐서 멋진 공동체를 세우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1. 10. 27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