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리망의

좋은 아침입니다.

 

1.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한국의 교수 신문은 사자성어를 공모해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합니다.

 

목요 서신에서는

거의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소개하면서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사회를 돌아보곤 했습니다.

 

2023년에 선정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입니다.

눈앞의 이익에 빠져서 의로움을 잊어버린다는 뜻입니다.

 

중국의 성현 장자(莊子)가 산책을 하는데

매우 커다란 까치 한 마리가 그의 이마를 스치더니

밤나무 숲에 가서 앉았습니다.

 

장자가 새총을 들고 까치를 잡으러

살금살금 밤나무 숲으로 들어가서 까치에 접근하는데

까치는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 있습니다.

알고 보니, 눈앞에 있는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사마귀는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까치를 모른 채

눈앞에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습니다.

매미 역시 시원한 밤나무 숲에 취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장자 뒤에서

밤나무를 지키는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장자를 밤 서리꾼으로 생각한 것인데,

장자 역시 까치를 잡으려는 생각에

남의 집 밤나무 밭을 침범하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온 장자가 사흘 동안 고민에 빠집니다.

까치를 잡으러 남의 밤나무 밭에 들어간 자신의 그릇된 행동은

눈 앞의 먹잇감만 노리고 있는 까치나 사마귀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눈앞의 이익을 생각하다가 옳은 일을 잊어버렸다”는

사자성어 <견리망의(見利忘義)>가 나왔습니다.

 

자기 이익만 챙기고 배만 불리려는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을 빗대서

견리망의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것 같습니다.

 

2.

견리망의의 반대는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견리사의(見利思義)>입니다.

눈앞에 이익을 놓고,

그것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바른 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도리인데,

개인의 잇속을 먼저 챙기는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더불어 살기보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 생각도

코로나 이후 사람들 마음속에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어떤지요?

 

올해 마지막 성경공부 주제였던 <참된 복>에서 배웠듯이

상대적인 복을 절대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성공이나 출세, 심지어 기도 응답의 수단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자신의 이익보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길 원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길 원합니다.

이웃과 더불어 즐거워하고 함께 우는 마음도 장착하고 싶습니다.

 

야곱에 관한 연속설교 이후 계속 반복하듯이

‘정말 중요한 것’과 ‘그까짓 것’을 분별하고

정말 중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하길 원합니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6:33)

 

 

하나님,

행여나 우리 속에 숨어있는

<견리망의>몰아내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하 목사 드림.

(2023. 12. 14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