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카

좋은 아침입니다.

 

1.

작년 봄 안식 기간에

이탈리아 남쪽에 위치한 폼페이에 갔었습니다.

나폴리에서 기차를 타고 40여 분 내려갔는데

유명한 관광 명소답게 세계 각지에 온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폼페이는 “폼페이 최후의 날”이라는 영화로 유명하듯이,

주 후 79년 8월 24일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18시간 만에 모든 도시가 화산재에 뒤덮였습니다.

 

로마보다 먼저 세워진 유력한 도시였습니다.

물고기 모양으로 도시를 계획했고

물고기 눈에 해당하는 원형 경기장은

폼페이 유적지 남쪽에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592년 운하 작업을 하던 중,

우연히 땅 밑에 숨겨진 도시를 발견해서

폼페이 유적 발굴이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도 발굴과 복원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뜨거운 화산재가 밀어닥치면서

화려했던 도시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습니다.

 

당시 연회장이나 친목의 장소였던 커다란 대중목욕탕도

검투사(그레디에이터) 경기장도

귀족들이 살고 있었다는 대저택들도

뜨거운 화산재에 녹아 내렸습니다.

 

미처 도피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죽은

폼페이 주민들의 모습이 화석처럼 남아 있습니다.

 

폼페이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인간이 쌓아놓은 문명이

자연재해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3.

AI까지 동원해서 재해를 관리하는 요즘에는

웬만한 자연재해는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발생한 LA 산불을 보면서

망연자실(茫然自失)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멍하니 TV 화면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화마(火魔)가 훑고 간 도시는

폼페이가 생각날 정도로 폐허가 되었습니다.

 

주민들이 미리 대피할 수 있었기에

인명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현재까지 2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생명이 중요하기에

희생자들의 사진이 TV 화면에 뜰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3.

정확히 2년 전인 2023년 1월 8일

목요 서신의 제목도 오늘과 똑같이 <에이카>였습니다.

 

히브리어 <에이카>는

예루살렘이 바빌론에 함락되고

하나님의 성전까지 무너진 것을 놓고

선지자 예레미야가 탄식하면서 외친 한 마디였습니다.

 

“어찌하여!” “슬프다” 는 탄식입니다.

 

2년 전에는

예레미야 애가를 아침에 묵상하면서 에이카를 소개했는데,

오늘은 세상에 닥친 재난과 비극, 위기와 혼란 앞에서

실제로 <에이카>를 외칩니다.

 

주님,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가족을 잃고 집을 잃은 분들을 위로해 주옵소서.

살려 주옵소서.

 

에이카!

어찌하오리이까!

 

슬프다[에이카]

성이여 전에는 사람들이 많더니 이제는 어찌 그리 적막하게 앉았는고 (애가 1:1)

How lonely sits the city that was full of people! (Lam 1:1)

 

하나님,

믿음 안에서

슬픔이 변하여 춤이 되는 세상을 기다리겠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5. 1. 16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