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좋은 아침입니다.

 

1.

제가 사는 동네에

아주 커다란 오피스디포(Office Depot)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교회에 필요한 문구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곳입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손님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빈 진열대가 늘어가더니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옛 친구를 잃은 것처럼 허전했습니다.

 

앞뒤에 널찍한 주차장까지 갖춘 커다란 건물이

한동안 버려진 것처럼 덩그러니 서 있더니

어느 날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동네 게시판에 올라왔습니다.

동네 사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졌지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파트 건축이 시작되었습니다.

늘 오가는 길이어서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천막으로 가리고 옛 건물을 부수더니

기초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꽤 깊이 파고, 쇠기둥을 박고, 한참 동안 공사가 이어졌습니다.

건물을 짓는데 기초공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지상 위 건물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라면 수많은 가구의 상하수도, 전기, 가스,

요즘은 인터넷까지 설치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지상에서의 작업이 본격화되더니,

요즘은 1층 건물이 올라갔습니다.

 

많은 사람이 동원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인부들은 자기가 맡은 일만 하는 듯 보였지만,

아파트는 차근차근 세워지고 있습니다. 신기합니다!

 

2.

성경은 우리의 신앙을 집 짓기에 비유합니다.

예수님을 건물의 모퉁잇돌로 설명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반석 위에 지은 집과 모래 위에 지은 집을 비교하시면서

반석 위에 세운 집은 홍수가 나도 끄떡없다고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손으로 지은 육체의 장막집은 무너지지만,

하나님께서 지으신 영원한 집이 하늘에 마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모퉁잇돌 삼아 인생과 신앙의 집을 지어갑니다.

하지만, 단숨에 세워지는 집이 아닙니다.

기초공사에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루는 기둥을 세웁니다. 하루는 송 판때기로 천장과 벽을 만듭니다.

집에 필요한 것들도 하나하나 설치합니다.

 

집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리며 차근차근 지어가야 합니다.

지루한 작업의 연속입니다. 이마에 땀이 흐릅니다.

곳곳에 위험도 숨겨져 있어서 조심조심해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는 각자의 집을 짓습니다.

 

오늘 하루도 우리 인생의 집 한 부분에서

묵묵히 지루한 작업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땅 밑에서 기초를 다지며 땀을 흐릴 수도 있습니다.

 

집이 정말 세워질지 의심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연장을 들고 인내로 집을 짓습니다.

우리 모두 예외 없이 가야 할 인생 여정입니다.

 

한 가지 한 가지에 최선을 다하길 원합니다.

꿋꿋하길 원합니다.

 

예수님을 모퉁잇돌 삼아

묵묵히 집을 짓고 계시는 참빛 식구들을 응원합니다.

하나님과 더불어 지어가는

세상에서 유일하고 가장 멋진 집이 될 것입니다.

 

집은 지혜로 말미암아 건축되고 명철로 말미암아 견고하게 되며

방들은 지식으로 말미암아

각종 귀하고 아름다운 보배로 채우게 되느니라 (잠언 24:3-4)

 

하나님,

꿈을 갖고 신앙과 인생의 집을 짓는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5. 9. 11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