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眞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조품 또는 위조품의 반대말입니다. 진품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품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저절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반면에 소위“짝퉁”이라고 불리는 위조품은 어딘가 어색하고 결국에는 가짜인 것이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그때가 되면 누구하나 거들떠보지 않고 아무런 가치도 인정받지 못합니다.
요한복음에 나오는 일곱 교회를 살펴보고 있는 세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에 살펴본 서머나 교회는 말 그대로 진품입니다. 죽도록 충성했고 비록 세상에서 고통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지만 생명의 면류관을 약속받았습니다. 에베소 교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첫 사랑의 감격과 은혜를 잊어버렸습니다. 초심을 잃은 신앙은 위험합니다. 마지막 순간에 변질된다면 가짜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버가모 교회 역시 안티바라고 하는 순교자를 낼 정도로 명성이 있었지만 교회 안에 가짜 교리가 침투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버가모 교회에 말씀을 하시는 예수님을 “좌우에 날선 검을 가진 이”로 소개하는 것만 보아도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교회가 있던 버가모라는 도시 자체가 영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습니다. 그곳에는 각종 신전이 있었고, 쾌락과 세상 풍습이 판을 쳤습니다. 그렇기에 신앙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본문에서는 버가모 교회에 침투해서 교회를 혼란스럽게 하는 무리들을 니골라당이라고 부릅니다. 니골라당에 대해서는 에베소 교회에서도 잠깐 언급되었습니다.(계 2:6). 교회사에 의하면, 니골라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일곱 집사 가운데 한 명으로 여겨집니다. 그는 유대교로 개종했던 헬라인으로 다시 기독교로 개종했습니다(행 6:5). 사도행전에서 일곱 집사는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들 가운데 선출되었습니다. 니골라도 예외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니골라는 교회를 인도하는 집사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교회를 분열시키는 이단의 우두머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니골라당은 성경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했습니다.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으니 그 다음에는 마음대로 살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구원은 영적인 일이기에 육체와는 아무 상관이 없답니다. 하나님은 영에만 관심을 가지실 뿐, 육체는 어떻게 살든 관여하지 않으신답니다. 그래서 니골라당은 버가모에서 유행했던 세상의 음란과 쾌락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육체로 짓는 죄는 구원과 상관이 없다는 교리를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쾌락과 음란 그리고 거짓을 일삼으면서 자기 편할 대로 즐길 것 다 즐기면서, 교회에 와서는 거룩한 척하면서 사람들을 포섭했기에 사단의 무리라고 부른 것입니다. 회개하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직접 검으로 그들을 심판하실 것이랍니다.
반면에 본문에서는 회개하고 끝까지 진품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시는 두 가지 약속이 나옵니다.:“감추었던 만나”와 “흰 돌에 새겨진 이름”입니다. 감추었던 만나는 하나님께서 내려주시는 생명의 양식이자 하늘의 신령한 은혜를 가리킬 것입니다.“흰돌”에 새겨진 이름은 예수님을 믿음으로 얻는 구원입니다. 니골라당이 세상의 풍습을 따라갔지만, 진짜 그리스도인들은 하늘의 은혜를 양식으로 삼고 살아갑니다. 니골라당이 검으로 심판을 받고 죽을 운명이지만, 진품 그리스도인들의 이름은 흰돌에 새겨져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입니다.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흰돌에 새겨진 이름에 걸맞게 순결하고 거룩해야 함을 다시금 배웁니다. -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