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길 (3)

하나님 나라를 향해서 순례길을 떠난 크리스천이 절망의 늪을 지나고, 세상의 지혜로 유혹하는 손길도 뛰어넘고, 해석자의 집에 들어가서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해서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무작정 떠난 길이었는데 그 길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자신감과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다시 순례길을 시작합니다.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다행히 길옆에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곧게 올라갈 수 있었는데 그 울타리 이름은 구원(salvation)이었습니다. 구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끝까지 올라가니 그 위에 십자가가 서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열린 무덤이 있었습니다.

 

크리스천이 십자가를 향해서 올라가는 순간, 매고 있던 짐이 저절로 풀어져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비로소 지고 가던 모든 짐을 내려놓게 된 것입니다. 홀가분해졌습니다. 감격의 눈물이 두 뺨을 흘러내리고, 크리스천은 주체할 수 없이 기뻐합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체험한 것입니다.

 

그때 얼굴에서 빛이 나는 세 사람이 크리스천을 찾아옵니다. 첫째 사람이 “당신의 죄는 사함 받았습니다”고 말하고, 둘째 사람은 크리스천이 입고 있던 더러운 옷을 벗기고 깨끗한 새 옷을 갈아입혀 주었습니다. 셋째 사람은 이마에 표를 달아주고 두루마리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두루마리를 읽으며 위로와 힘을 얻으랍니다. 천국문에 도착했을 때 두루마리를 보여주라고 말하고는 세 사람이 떠납니다. 이제 손색이 없는 크리스천이 되었습니다.

 

크리스천이 다시 길을 떠납니다. 발목에 쇠고랑을 찬 채로 누워 잠을 자고 있는 천박(simple), 나태(sloth), 거만(presumption)을 만나서 얼른 일어나서 함께 순례길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세 사람은 꼼짝하지 않고 잠만 잡니다. 허례(Formalist)와 위선(Hypocrisy)과 마주치는데 이들은 담을 넘어서 순례길에 들어선 사람들입니다. 겉만 번드레할 뿐 진실함이 없습니다.

 

크리스천 앞에 고난의 산길이 닥칩니다. 믿음과 은혜로 걷는 길이지만,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크리스천이 손과 무릎으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데 아담한 쉼터가 나옵니다. 고난의 산에 올라오는 사람들이 쉬면서 힘을 얻는 곳입니다. 크리스천이 두루마리를 꺼내 읽으면서 위로를 얻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다가 그만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고난의 여정에 지쳤는지 신앙의 끈을 놓쳤습니다. 게다가 두루마리까지 놓고 길을 떠납니다. 안타깝습니다.

 

크리스천이 걷는 순례길에 그를 유혹하는 세력이 계속 등장하지만, 꿋꿋하게 걸어갑니다. 십자가의 은혜를 경험한 것이 크리스천에게 큰 힘입니다. 하지만 구원의 여정이 쉽지 않습니다. 다음 한 주간, 주어진 순례길을 뚜벅뚜벅 걸어가실 참빛 식구들을 응원합니다.-河-

순례자의 길 (2)

<장망성> 장차 망할 성을 떠나서 천국을 향하는 크리스천의 여정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부인과 가족들은 크리스천의 설득에도 그대로 남았습니다. 소문을 들은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비웃기도 하고 헛된 여행하지 말라고 겁을 줍니다. 크리스천은 성경을 통해서 받은 확신을 굽히지 않고 “생명, 생명, 영원한 생명”을 외치면서 길을 떠납니다.

 

고집쟁이(obstinate)와 유약한 온순(Pliable)이 크리스천을 따라 나섭니다. 고집쟁이는 크리스천이 집을 떠나는 이유를 알고 싶었고, 온순은 일종의 동정심으로 따라 나섰습니다. 고집쟁이는 크리스천이 향하는 곳이 좁은 길이라는 말을 듣고 일찍이 집으로 돌아갑니다. 온순은 크리스천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면서 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절망의 늪에 빠집니다. 세상의 모든 두려움, 의심, 절망이 모인 늪에 빠진 온순씨는 겁에 질려서 곧장 집으로 돌아갑니다.

 

크리스천 역시 지고 있던 무거운 짐때문에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도움(Help)이 나타나서 그를 구출해줍니다. 동네 친구였던 고집쟁이와 온순은 중간에 집으로 돌아갔고, 크리스천 혼자서 평원을 걷게 되었습니다. 그때 세속 현자(Mr. Worldly Wiseman)를 만납니다. 세속 현자는 하나님을 믿는 것을 어리석게 여깁니다. 그보다 율법을 지키고 도덕을 따라 예의 있게 살면 크리스천이 찾으려는 행복을 쟁취할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세속 현자의 말에 설득 당한 크리스천이 세상에서 최고로 현명하고 정직하다는 사람을 찾아가는데, 그 집을 향하는 언덕이 가파르고 커다란 바위와 깊은 골짜기가 있어서 도저히 접근할 수 없습니다. 율법과 세상의 도덕을 따라갔다가 영원한 생명을 얻기는 커녕 죽을 뻔했습니다. 그때 처음 만났던 전도자가 찾아와서 잠시 한눈을 팔았던 크리스천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길 부탁합니다.

 

좁은 문에 도착하니 선의(good-will)라는 분이 크리스천을 반기면서 구원의 장소에 이를 때까지 곧게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갈 것을 부탁합니다. 조금 더 가면 해석자(Interpreter)의 집에 이를 것이고 앞으로 갈 길을 자세히 알려줄 것이랍니다. 크리스천이 해석자의 집에 도착합니다. 해석자는 자기 집의 방들을 보여주면서 친절하게 크리스천을 안내합니다.

 

율법이나 세상의 도덕으로 의롭게 될 수 없습니다. 그러면 짊어지고 있는 짐이 점점 무거워질 것입니다. 복음이 필요합니다. 욕망을 따라 살아도 절대로 천국에 가지 못합니다. 끝까지 참고 인내해야 합니다. 마귀는 은총의 불을 끌려고 애를 쓰지만 예수님께서 계속 기름을 부어 주십니다. 중간에 복음을 내버리고 자기 욕망을 따라 산 사람들은 결국 지옥과 같은 깜깜한 방에 갇히게 됩니다.

 

그동안의 길은 물론 앞으로 가야할 길을 자세히 설명하고 해석해 주니 힘들어도 다시 순례길을 걸어갈 희망과 힘이 생겼습니다. 크리스천이 다시 길을 떠납니다.-河-

순례자의 길 (1)

앞으로 두 달여 존 번연의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의 중요한 내용을 살펴보면서 우리의 신앙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려고 합니다. 존 번연(1628-1688)은 영국의 작은 마을에서 땜장이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가정 환경 탓에 간단한 초등교육만 마치고  16세에 군대에 갔다 온 후에는 아버지를 따라서 땜장이로 생계를 유지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던 존 번연은 대장간의 쇠로 바이올린을, 의자 다리를 깎아서 플룻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존 번연은 두 번 결혼했습니다. 첫 번째 부인 역시 가난해서 단지 책 두 권을 갖고 시집왔는데 번연이 그 책을 읽고 기독교인으로 회심합니다. 26세가 되었을 때  고향 근처 베드퍼드에서 목회하던 침례교 목사 존 기포드(John Gifford)를 찾아가서 상담한 후에 평신도 설교가가 됩니다. 당시는 영국 국교회 외에 다른 교회를  허락하지 않았기에  존 번연은 두 번 감옥에 갇혔습니다. 천로역정은 감옥에서 쓴 작품입니다. 번연은 평생 목사와 작가로 살았습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1695년에 출판되면서 영국은 물론 각 나라 말로 번역되었고, 성경 다음으로 애독하는 기독교 고전이 되었습니다. 우리 말 <천로역정>은 구한말 캐나다 선교사 게일이 붙인 제목으로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의 지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 1895년에 게일에 의해서 한글로 번역된 <텬로력뎡>은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영어 소설이 되었고 우리나라 초기 기독교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등장인물은 물론 장소까지 우의적(allegorical) 기법을 사용합니다. 주인공 크리스천과 여러 등장 인물의 이름과 그들의 속성이 조화를 이룹니다. 훗날 존 번연의 천로역정은 문학에도 영향을 끼쳐서 유명한 작가들이 천로역정의 우의적 기법, 순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C. S 루이스는 자신이 예수님을 믿게 된 여정을 회고하는 작품(The pilgrim’s regress)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천로역정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해설자의 꿈으로 시작됩니다. 해설자가 세상의 황폐한 광야를 돌아다니다가 굴에 들어가서 깜빡 꿈을 꾸었는데 크리스천이라는 주인공이 하나님이 계신 천국을 향해서 가는 여정을 꿈속에서 보았고 그것을 기록한 것입니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남자가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천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을 읽고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곧 망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즐기지만, 크리스찬은 더 이상 장차 망할 세상에 있을 수 없습니다. 그때 전도자가 찾아와서 멀리 보이는 빛을 따라서 좁은 문으로 가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알려줍니다. 천로역정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행 16:30-31)가 천로역정의 큰 주제요 화두입니다.-河-

2023년에는…

2023년 새해 첫날입니다. 올해는 계묘년(癸卯年) 토끼해입니다. 토끼는 영민하고 꾀가 많은 동물이랍니다. 동시에 겁이 많고 소심하다고 합니다. 재빠른 토끼의 장점은 살리고 소심하고 겁 많은 모습은 믿음으로 극복하면서 올 한 해도 멋지게 시작합시다.

 

올해 우리 교회 표어는 <푯대를 향하여>입니다. 여기서 푯대는 우리의 주인이요 왕 되신 예수님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부르신 소명이 곧 푯대입니다. 하나님께서 위에서 부르시고 준비하신 상입니다. 신앙적으로 예수님을 닮는 것이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상이 우리의 푯대입니다. 우리 각자 한 해의 목표도 푯대일 수 있습니다. 끝까지 달려가야 할 말 그대로 푯대입니다.

 

2023년에 교회가 촛점을 맞추는 사역이 있습니다. 첫째는 예배입니다. 모임이 많지 않은 우리 교회에서 예배는 매우 중요합니다. 단지 말씀뿐만 아니라 예배의 시작과 마무리, 친교까지 우리 교회를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우리 모두 하나님 안에서 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동안 우리 예배 속에 주기도문이 빠져 있어서 결단의 찬송을 주기도문 송으로 정했습니다.

 

둘째는 기도입니다. 이번 주부터 토요일마다 아침 기도회(6시30분)가 시작됩니다. Zoom을 통해서도 전송하겠습니다. 우리 교회의 기도 시간이 늘 부족합니다. 밤 10시 교회를 위한 기도, 각자의 자리에서 드리는 삶의 기도와 골방 기도가 튼튼해지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셋째는 교육입니다. 교회가 감당할 부분을 충실히 감당하도록 주일학교 교육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5주 단위로 주일 오후와 금요일 온라인에서 성경 공부가 시작됩니다. 소그룹 사역이 주춤한 가운데, 성경 공부 모임을 소그룹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자원하시는 분들을 중심으로 소그룹을 구성하고, 나머지 분들에게도 한 달 또는 두 달 단위로 돌아가면서 소그룹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넷째는 구제와 선교입니다. 작년에 임원들과 성도님들의 추천을 받아서 여덟 개 단체 또는 선교지 그리고 장학금을 지원했고, 연말에는 만 불을 구제와 선교비로 따로 떼어놓았습니다. 올해는 작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지원할 예정입니다. 소년/소녀돕기는 교회 재정에 포함해서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교회의 구제와 선교 사역에 기도와 지혜로운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그 밖에도 점심 친교에 자원하는 손길을 계속 기다립니다. 여선교회와 남선 교회의 사역은 교회가 지원하고 따로 회비를 수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봄에는 야외예배를 계획 중입니다. 올 한 해 교회 사역에 하나님의 도우심과 참빛 식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면서 힘차게 한 해를 시작합시다.-河-

최고의 선물

메리 크리스마스! 2천여년전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억하는 성탄절입니다.

 

물론 12월 25일이 예수님의 진짜 생일은 아닙니다.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와서 예수님의 탄생을 예고한 날부터 계산해서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지켰다는 교회의 전통이 있지만, 성탄절을 공식적으로 제정한 것은 로마 주교 율리오 1세였습니다. 주후 350년 이교도들이 섬기는 태양신의 축제인 12월 25일을 예수님의 생일로 바꾼 것입니다. 당시에는 12월 25일을 일 년 중 가장 밤이 긴 동지(冬至)로 보았고, 낮이 길어지는 것을 보면서 빛이 어둠을 이기는 날이라고 생각했으니,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생일로 적합하다고 여긴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헤롯이 유대 땅을 다스리고 있을 때, 동방에서 박사들(magi)이 별을 보고 찾아와서 예수님께 경배하고 세 가지 선물을 드린 말씀입니다. 동방 박사 세 사람은 그들이 바친 선물의 숫자에 기초한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을 연구하고 왕을 보좌하는 고위 관리들이었고, 900여마일 떨어진 페르시아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적어도 두세 달 정도 걸려서 베들레헴에 도착했다면 여러 명이 동행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동방박사들은 헤롯 왕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헤롯에게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2절)고 묻습니다. 가뜩이나 성격이 괴팍한 헤롯은 무척 당황하고 분노했을 것입니다. 나중에 헤롯은 두 살 이하의 모든 남자 아이를 죽이라고 명령합니다.

 

동방박사들을 인도한 큰 별이 베들레헴 아기가 있는 곳에 멈추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보니 아기와 어머니 마리아가 함께 있습니다. 동방에서 온 박사들이 예수님께 절하며 경배하고, 자기들이 준비해온 황금, 유향, 몰약을 예수님께 드립니다. 고대 사회에서 이웃의 왕을 찾아갈 때는 정성스럽고 귀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예의였습니다(예: 솔로몬을 찾아온 시바여왕, 왕상10:2).

 

초대교부 이레니우스는 황금은 예수님의 왕권, 유향은 신성, 몰약은 니고데모가 예수님의 장례를 위해서 가져왔듯이(요19:37) 예수님의 죽음을 상징한다고 보았습니다. 황금은 변하지 않는 가장 귀한 보석입니다. 유향은 아라비아 산으로 매우 비싼 향품입니다. 몰약은 장례용 외에도 페르시아 왕궁의 에스더가 사용했을 정도로 고급 화장품으로 쓰였습니다(스2:12).

 

구약성경에서 발람이라는 이방 선지자가 다윗의 왕권과 야곱의 후손 가운데 “한 별”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했는데, 동방 박사들이 본 큰 별과 이들이 왕에게 드릴 선물을 준비한 것이 연결됩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으로 온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로 오셨습니다. 성탄의 기쁜 소식이 우리 마음 깊이 자리잡고 울려 퍼지길 바랍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