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서 마음으로

조국 대한민국이나 우리가 사는 미국이나 불확실성 속에서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의 마음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습니다. 자칫 부딪칠까 염려될 정도입니다. 특별한 계기가 생겨서 한마음이 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니,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생각을 갖기를 기대한다면 시대를 잘못 읽은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적인 기준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변한 다원화 시대에 살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생각이 하나가 되기보다 공동의 선을 위해서 서로 협력할 수 있다면 그나마 감사할 일입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서로 마음을 닫고 산다면 그것만 한 비극이 없습니다. 가정 안에서도 서로 마음을 열지 않고 사는 경우를 봅니다. 공동체 안에서도 마음에 벽을 쌓곤 합니다. 세상 속에서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곁에서 지켜봐도 아슬아슬하고 저절로 기도가 나옵니다. 가치관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적이 달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마음으로 소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새해에는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일들이 세상과 가까운 이웃 사이에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새해를 맞아서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교회 식구들의 기도 제목을 받았습니다. 빼곡하게 기도 제목을 꼼꼼히 적으신 분부터 적당히 큰 글씨로 서너 개 적은 기도 제목까지 다양합니다. 기도 제목을 강대상 성경책 맨 앞에 끼어 놓고 매일같이 한 장씩 넘기면서 기도합니다. 다급한 기도 제목부터 인생이 걸린 매우 중요한 기도 제목까지 어느 한 가지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기도 제목은 다양하지만,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하나로 모아집니다.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관해 주시길 기도하는 것입니다.

 

몸이 편찮으신 어르신들의 경우, 점점 약해지는 육신을 하나님 손에 맡기는 믿음과 평안이 마음속에 자리 잡기를 기도합니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도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넉넉하고 따뜻해지길 기도합니다. 취업을 기다리는 젊은이들의 마음도 하나님께서 굳게 잡아 주셔야 합니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들고 앞길이 어두울 때, 좋으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견뎌내기 힘들 것입니다.

 

공부하는 학생들도 교수님과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도 직장 상사와 동료들과 마음이 통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서로 마음이 통해야 합니다. 처음 교회에 오신 분들도 마음을 교회에 두면 우리 식구가 되지만, 마음이 떠나면 아무리 정성을 다해도 공동체 식구가 되기 어렵습니다. 가족 안에서는 더 말할 것이 없습니다. 마음을 합쳐서 힘을 모으고 서로 사랑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습니다. 잠언 말씀대로 진수성찬을 앞에 놓고 다투는 것 보다 마른 떡 한 조각 밖에 없어도 화목한 것이 최고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사람들과 마음이 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다윗을 두고 하나님 마음에 합한 자라고 했습니다. 하나님과 마음이 합한 다윗에게 나단 선지자가 다음과 같이 말해줍니다: “여호와께서 왕과 함께 하시니 마음에 있는 모든 것을 행하소서.” 다윗이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시고 그의 하는 일을 책임져 주실 테니 마음에 있는 일을 그대로 행하라는 충고입니다. 하나님과 마음이 통한 사람이 누리는 최고의 행복입니다. 백지 수표와 같은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다윗이 얼마나 행복하고 기뻤을까요!

 

어느덧 새해의 첫 달이 지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마음과 마음이 소통하는 일들이 가정과 교회 그리고 가까운 이웃부터 온 세상까지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하나님과 마음이 합한 자가 되어서 하나님 눈길 닿는 곳을 우리도 바라보고, 하나님 마음이 가는 곳에 우리 마음도 가고, 하나님 손길 닿는 곳에 우리 손이 닿아서 하나님의 마음을 세상에 전달하는 주의 백성이 되길 원합니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우리 앞에 안개처럼 드리운 불확실성을 거둬낼 수 있는 하늘의 지혜와 용기를 하나님께 구합니다. (2017년 1월 26일 한국일보 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