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입니다.
1.
요즘 세상이 많이 뒤숭숭합니다.
중서부를 비롯한 백인들이 대다수인 지역에서는
“미국을 떠나라(get out of America)”는 구호와 함께
백인우월주의가 예상보다 강하게 퍼지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워싱턴주 씨애틀에서
인도인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캔사스에서도, 오하이오에서도
미국을 떠나라는 식의 혐오 범죄가 연이어 일어났습니다.
지난 달에는
LA에서 한국인 할머니 한 분이
백인 여성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2.
이미 40여년 가까이 흘렀지만
학창시절 저를 가르치던 선생님들은
미국을 “멜팅팟(melting pot)”이라고 소개하셨습니다.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아메리카”라는 그릇에 녹아 들어서
하나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다는 이론이었습니다.
1900년 초부터 소개된 개념이니
백인 중심의 유럽 이민자들이 대다수였던
이민자의 나라 미국을 가리켰을 것입니다.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멜팅팟”보다 “샐러드 보울(salad bowl)”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완전히 녹아 내려서 하나가 된 미국이 아니라
샐러드 내용물처럼
각각의 문화, 인종, 관습이 그대로 존재하면서
미국이라는 그릇 속에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우리 말 만화경을 뜻하는
영어 표현 kaleidoscope(칼레이도스코프)도 사용되는데
이 단어는 그리스어 “아름답다(beautiful)”에 “모양(form)”을 합친 말입니다.
다른 배경을 가진 각각의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만화경으로 들여다보는 세상과 같다는 것이지요.
3.
미국 뿐이 아닙니다.
전 세계가 지구촌으로 어울리려는 노력보다
자기 민족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배제하고 멸시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습니다.
“혐오 범죄”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 자체가 안타깝습니다.
그냥 미워서,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아서 폭언을 가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심지어 총격을 가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세상은
어린아이가 독사 굴에 손을 넣고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살고, 표범과 염소와 어린 아이가 함께 눕고
사자가 소처럼 풀을 뜯어 먹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 아니기에
우리 그리스도인들로서 더욱 경계하고, 안타까워할 일입니다.
멜팅팟처럼 모두가 하나로 녹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샐러드 보울처럼 각자 제 맛을 내면서
한 공간에 어울려 사는 것은 가능하겠지요.
사람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주고
각자의 색깔이 모여서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고
다 함께 어울려 사는 하나님 나라가 임하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참빛 식구들께서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됨과 조화로움을 이루는
화평케 하는 자(peace-maker)로 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됨고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이사 11:6-11 중에서)
They shall not hurt or destroy in all my holy mountain;
for the earth shall be full of the knowledge of the Lord as the waters cover the sea.(Isa 11:9)
하나님 아버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주님 원하시는 평화의 동산이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7.3.9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