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류민과 나그네

베드로전서 첫 구절에 나왔던 나그네라는 말이 오늘 본문인 2장 11절에 다시 등장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는 “거류민”이라는 표현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나그네와 거류민은 정착민과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임시로 거주하는 사람들로서 본토에 대한 소속감이나 권리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소아시아에 흩어진 나그네들을 향해서 “사랑하는 자들”이라고 부릅니다. 소아시아에서 낯선 사람들 취급 받으며, 본토인들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베드로의 애틋한 심정에서 우러나온 표현입니다. 소아시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 가운데서 예수님을 믿고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유대인들만 모이는 회당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었는데,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난 후에는 유대인 공동체를 떠나야 했습니다. 유대인들 사이에서 동족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도리어 배신자라고 손가락질당했을 것입니다. 매우 외롭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로마 시민으로 살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이방인들도 사정이 비슷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면서 공동체에서 퇴출당하고 나그네로 살아갑니다.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 세상에서 일상의 삶을 살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생업에서도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들은 예수님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을 모퉁잇돌 삼아서 신앙과 인생의 집을 세워갔습니다. 세상 속에서 흩어진 나그네로 살아가기를 자처했고, 마음 깊은 곳에서 기뻐하고 감사했을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처럼 세상 속에서 거룩한 나그네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거류민과 나그네”는 구약 성경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아내 사라가 죽자 막벨라 굴을 묘지로 구입하면서 헷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했던 표현입니다: “나는 당신들 중에 나그네요 거류하는 자이니 당신들 중에서 내게 매장할 소유지를 주어 내가 나의 죽은 자를 내 앞에서 내어다가 장사하게 하시오”(창23:4). 삶의 터전을 떠나서 하나님께서 지시한 땅으로 이주한 아브라함 역시 거류민이자 나그네였습니다. 이밖에도 성경에 속에는 하나님 백성을 나그네로 소개하는 말씀이 많이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 백성은 세상에서 나그네로 살아갑니다. 그 삶이 쉽지 않아서 하나님께 기도하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합니다.

 

베드로는 흩어진 나그네들에게 육체가 아닌 영혼을 쫓아 살기를 권면합니다. 구별된 삶을 통해서 세상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것을 요청합니다. 장차 얻게 될 칭찬과 영광과 존귀의 산소망을 가슴에 품고 힘차게 살라는 부탁입니다.-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