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대해서

좋은 아침입니다.

 

1.

구름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구름을 잡을 수는 없습니다.

 

눈으로 보면 하늘에 구름이 뭉쳐서

뭉개 뭉개 떠 있지만,

비행기를 타봐서 알듯이 구름은

그냥 수증기의 모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니 구름을 잡겠다는 것은 말 그대로 허풍입니다.

 

초등학교 국어책에

무지개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어떤 소년이 무지개를 잡으러 들판을 달려갑니다.

앞에 있는 무지개를 좇아서 산꼭대기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무지개는 늘 앞에 있을 뿐 잡을 수 없습니다.

 

구름을 잡는 것이나

무지개를 좇는 것이나 비슷합니다.

 

2.

때로는 우리의 신앙과 신앙의 용어와 표현이

구름 잡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선하게 살아야지요

믿음이 적어서요

은혜 많이 받았습니다. 등등”

– 실체가 있는 것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구름 잡는 이야기로 들릴 때도 있습니다.

 

무지개를 좇아가는 모습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기도하면 다 됩니다.

믿음으로 살아야 해요.

사랑하기 원합니다. 등등”

– 맞는 말인데, 가끔은 무지개처럼 보이고 들립니다.

 

3.

주일 설교를 준비하면서

가능하면 구름 잡는 이야기를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무지개처럼 희망 고문같은 논조도 가능하면 지양합니다.

 

그래도 우리 신앙 자체가 영적인 면이 있고

추상적인 (어려운 표현으로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있기에

세심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구름 잡는 얘기로 빠지기 쉽고

그것을 피하려는 것 자체가 솔직히 불가능할 때도 많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제 모습이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일 정도로 증거하는 것이라는

히브리서 기자의 고백을 기억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실제적이길 바랍니다.

추상적이고 영적으로 보이는 신앙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입술과 손과 발로 표현될 때는 구체적이길 원합니다.

 

미운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는 입술,

어렵고 약한 사람에게 슬쩍 내미는 손길,

먼저 가서 궂은 일을 손수 해내는 발길,

악한 말을 몰아내고 선한 말로 가득한 언어습관!

 

믿음으로 살고 은혜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실제로 보여주는

감사, 평안, 기쁨, 찬양, 그리고 자족!

 

2019년 사순절을 맞아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을 눈에 보이도록 표현하고

그대로 사시는 참빛 식구들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 11:1, 개역개정)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새번역)

Now faith is the assurance of things hoped for, the conviction of things not seen.(Heb 11:1, ESV)

 

하나님 아버지,

참빛 식구들의 믿음이 증거가 되고 실체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목사 드림.

(2019. 3. 7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