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킴이 두 번째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1.
2주 전 목요 서신에서
40년 전 우리 교회에서 결혼하셨다는
노부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람들은 바뀌었지만,
1972년에 건축된 이래
말없이 자리를 지켰던 우리 교회 건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8월 20일 자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SF Chronicle)에
건물과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프랑스 이민자 후손인 라란(Lalanne)이라는 30대 여성이
그의 남편과 함께 어빙과 20가 교차로(intersection of 20th Ave and Irving St)에 위치한
100년이 넘은 집을 사서 입주했습니다. 2015년이었습니다.

 

이들 부부가 구입한 주택은
1904년, 덴마크에서 샌프란시스코에 이민 와서
목수 일을 하던 한슨(Hans Hansen)이란 분이 손수 지은 집입니다.
이분은 샌프란에 살면서 결혼했고 세 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2019년, 라란 부부가 지진 대비 공사를 하던 중에
지하실에서 한 묶음의 서류를 발견합니다.
1900년 1월 1일부터 쓰기 시작한 처음 집주인 한슨 씨의 일기였습니다.

 

스토리텔링 작가였던 현재 집주인 라란은
한슨의 일기에 꽂혀서 덴마크어 필기체로 흘겨 쓴 일기를
구글의 도움을 받아서 한 단어씩 판독합니다.

 

당시의 신문, 인구조사 자료, 공문서 등을 샅샅이 조사해서
한슨의 덴마크 고향도 알아내고 그곳을 직접 찾아갑니다.
돕는 손길과 연결되어서 일기도 번역했습니다.

 

2.
그가 사랑하던 애나(Anna)라는 여성이 있었는데
그만 애나가 미국에 오면서 그들에게 이별이 찾아왔습니다.
대서양을 넘나들며 편지로 사랑을 나누었지만,
연락이 끊겼고 한슨은 사랑을 찾아서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그런데 미시간에 정착한 애나는 이미 결혼해 있었습니다.
한슨도 아쉬운 발길을 뒤로하고 샌프란에 정착해서 가정을 꾸민 것입니다.

 

라란의 인구 센서스 자료를 통한 끊임없는 추적에 의하면
술주정뱅이 남편과 결혼했던 애나가 무슨 연고인지 샌프란으로 이주했고
한슨이 결혼한 것을 알았는지 재혼해서 샌프란에 살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홀몸이 됩니다.

 

웬일인지 한슨도 첫째 부인과 이혼하고
한슨과 아나 두 사람은 텐더로인 지역에서 몇 블록 사이를 두고 살게 됩니다.
현재의 집주인 라난은 두 사람이 노년을 함께 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극적이지만
조금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3.
샌프란에는 100년 이상 오래된 집이 많아서
종종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물건이나 서류 등이 발견된답니다.
대부분은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겠지요.
라란이라는 분의 호기심과 추적하는 열심이 특별한 것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죽음은 사람들에게 “기억(memory)”으로 남는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놓고 하나님께 가는 것이 우리의 몫입니다.

 

100년도 훨씬 넘어서 일기장이 발견된 것을 보면
기억을 넘어서 우리의 발자취, 흔적도 여기저기에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남는 것’이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습니다.
이다음 후대가 우리를 생각하면 흐뭇하고 미소지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많이 남겨야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요즘 주일에 살펴보는
수로보니게 여인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큰 믿음”을 남겼네요.
부럽습니다.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마태 15:28)

 

하나님,
오늘 우리의 삶이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 일들로 채워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하 목사 드림.
(2021. 8. 26 이-메일 목회 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