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로보니게 여인 (3)

가나안 여인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집요한 추적과 괴롭힘, 백성들의 끊임없는 요구까지 겹치면서 예수님께도 쉼이 필요했습니다. 이스라엘 땅에 편히 쉴 곳이 없으니 이스라엘과 적대 지역인 두로와 시돈까지 올라 가셔야 했습니다. 그곳은 예수님보다 700여 년 전에 활동했던 선지자 엘리야가 몸을 피했던 곳입니다. 엘리야도 두로와 시돈에 속한 사르밧 지역에 가서 과부와 그의 아들을 보살폈고, 병이 들어 죽은 과부의 아들을 살렸습니다. 예수님께서 수로보니게 여인을 만나게 되실 것을 예고한 듯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한 집에 들어가서 조용히 쉬고 싶으셨지만, 숨으실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두로와 시돈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아온 적이 있었고 그 사람들이 고향에 돌아가서 예수님에 대해서 소문을 내놓은 터였습니다(막3:8).

 

예수님께서 쉬고 계실 때, 딸이 귀신에 들려서 고생하는 한 여인이 찾아옵니다. 마가는 이 여인을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태생이라고 소개합니다. 헬라인이라면 나사렛 출신 예수님과 신분에서 차이가 납니다. 수로보니게 태생이라면,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남부럽지 않은 넉넉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마태는 “가나안 여인”이라고 소개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인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방 민족이라고 불렀습니다. 가나안 족속은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땅에 거주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가나안 여인이라는 말씀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 민족 그것도 이스라엘이 정복해야 했던 가나안 태생임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여인의 행동을 간단히 기술한 마가복음과 달리 마태복음은 여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까지 자세히 알려줍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크게 울부짖으면서 예수님께 왔습니다.

 

수로보니게 여인이 예수님이 누구신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주(主)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예수님을 향한 극존칭입니다. 당시는 로마 황제를 또는 노예들이 자기 주인을 주(퀴리오스, Lord)라고 불렀습니다. “다윗의 자손”은 다윗의 자손에서 메시아가 태어날 것을 예고한 구약의 예언대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는 말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키리에 엘레이손)”는 하나님 앞에 나와서 우리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입니다. 마가는 이 여인이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렸다고 알려줍니다. 겸손과 믿음, 존경의 마음과 행동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을 의식하기보다 자신의 지위와 가진 것을 자랑하고, 권력과 명예를 좇는 요즘 세상에서 예수님을 찾는 마음과 모습이 어떠해야 함을 수로보니게 여인을 통해서 배웁니다. 주의 긍휼을 구합니다: “주여,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河-